역대 대통령들의 인사 스타일을 들여다 보면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 흥미롭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주로 ‘충성도’를 고려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 공화당의 주요 요직 자리는 충성스런 인물을 배치, 독재시대를 유지했다. 전두환 정권 때에는 정실주의와 지역주의 인인사가 주류를 이뤘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지역주의가 여전했지만 문책성 인사를 주로 단행했다. 문민정부를 열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직관’에 의한 은밀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 ‘깜짝 쇼’를 즐겼고 김대중 대통령은 소수 인재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대에는 정무 고위직 인사에 대한 엄격한 제도와 기준이 있었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성향과 의도에 따라 인사가 이뤄졌다.
참여정부는 체계적인 제도를 통해 운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인사'를 표방하고 있다. ‘시스템 인사’란 1200여명이 들어있는 인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적정인물을 추려낸 뒤 후보군을 3~4배수로 압축, 검증하고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그러나 검증과정에서 누수가 생겨 공격을 받았고 '코드인사'라는 말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대통령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만을 골라 등용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시스템 인사’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맘에 드는 인사만 골라 쓴 ‘코드인사’로 특징지워지고 있다.
민선 이후엔 자치단체도 이 코드인사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코드인사는 동종, 근친교배를 의미하는 인브리딩(Inbreeding)의 한계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세기 초 미 하버드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키운 찰스 엘리어트 총장의 대학정책은 40년 재임기간 내내 ‘인브리딩은 안된다’였다. 스승과 이념, 사고가 똑같은 붕어빵 제자를 양산해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전통 때문에 하버드대학의 모교출신 교수는 지금도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
이런 폐단이 있는 코드인사도 부족해 자치단체에선 ‘핀셋인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선거때 상대방 편을 든 사람을 마치 핀셋으로 콕콕 찍어내듯 솎아내 보복하는 인사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포용과 아량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보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단체장의 뜻인지, 측근들의 충성심인지 그게 궁금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