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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청빈하게 살고 계시는 신부님의 미소 떠올립니다

이소애(시인)

사랑하는 스테파토(김환철) 신부님.

 

사십 여 년 전 전동성당 보좌신부로 부임해 오셨을 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훤칠한 키에 온후함이 풍기는 신부님과 대화를 하노라면 가슴이 떨리기도 하였습니다. 행여 신부님께 들키기라도 할 듯 싶어 숨소리도 조아렸습니다. 자상하고 인정이 많아서 열등감에 젖어 어깨가 축 처진 저에게 항상 삶의 불꽃을 점화 시켜 주셨습니다.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는 보약과 같아서 신혼시절 힘들어 할 때에도 잘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주시곤 했습니다.

 

맞벌이 부부로 조심스런 시집살이를 하면서 아이들 키우느라 진땀을 흘렸던 시절 말입니다. 고민에 빠진 우리 부부에게 신부님은 메리지엔카운터라는 부부 주말 교육을 친히 신부님과 함께 받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위기 탈출이었습니다. 이제 부끄럽지만 고백합니다. 사실 그 교육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행복은 누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후 가끔 방화하는 영적 갈등에 이정표를 찾고 시퍼 신부님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행여 신부님께 걱정만 끼칠 것 같아 참고 견디곤 했습니다. 어쩌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지라도 청빈하게 살고 계시는 신부님의 미소를 떠올리며 충동을 억제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신부님!

 

신부님은 저의 살메 나침반이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주는 지렛대였습니다.

 

신부님, 신부님의 가슴을 녹여낼 뜨거운 사랑을 보냅니다.

 

/이소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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