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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대머리가 어때서 - 송년홍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나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머리카락이 다른 사람보다 적다. 소위 대머리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사람들이 나를 대머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동정하면서 발모제나 탈모 치료제를 한번 써보라고 권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웃으면서 넘긴다. 요새 유행하는 탈모에 좋다는 샴푸를 쓰고 있다고 말하면서 넘긴다. 왜냐하면 나는 머리카락에 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신경 쓸 것도 많은데 내 머리카락 빠지는 것에 신경을 쓰면 더 머리가 빠지니까…….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내방에 놀러온 다른 동료들의 불만이 많았다. 내 방엔 어디에도 빗이 없다. 머리숱이 적으니 샤워를 해도 손으로 그냥 빗어 넘겨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머리를 말리는 헤어드라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방엔 헤어드라이가 있다. 자주 놀러 오는 동창이 헤어드라이를 찾다가 내가 없다고 하니까 하나 사주고 간 것이다. 지금도 그 헤어드라이는 그 동창이 내 방에 오면 쓴다. 그리고 빗도 이제는 자기가 알아서 가지고 온다.

 

요즘은 사람들이 외모에 참 신경을 많이 쓴다. 다른 사람에게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에티켓의 차원에서 보면 좋은 일이다. 그리고 외모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외모에 신경을 쓰고 때로는 고치기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인다. 겉모습을 잘 보이게 하려고 수차례 성형수술을 하다가 잘못되어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취직을 하려는데 그 사람의 능력이나 재능보다는 외모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을 들으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타고난 그대로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인데 그걸 속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솔직하고, 또 그대로를 인정하면 다른 외적인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적인 것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마음이 깨끗하면 외모가 어떻던 호감이 가기 마련이고 다른 사람들이 더 호감을 가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속보다는 겉을 중요시하는 세태를 본다. 겉만 잘 가꾸면 마치 속도 그것과 같이 가는 것처럼 착각하고 더 나아가서는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은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 진짜 중요한 속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예 관심도 없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다. 사람의 속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고 했다. 겉모습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그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 하지만 속마음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느낌이 사라지면 정이 사라지고 사랑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겉이 아니라 속과 마음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될 수 있으니까.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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