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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형법의 상식과 사회적 제재 - 이성순

이성순(전주지방검찰청 수사관)

근래 공판 중심주의의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기는 커녕 그 흔한 고소장 한번 제출한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흔히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러한 대부분의 국민들로 하여금 수사기관의 수사는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이를 개선하려는 최근 일련의 논란은 극히 당연하고, 그의 개선은 필연적이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 논란’의 근간에는 두가지 중요한 핵심요소를 간과한 점이 없지 않다.

 

첫째는 과연 ‘공판중심주의’가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공판중심주의를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은가’라는데에 대한 의구심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체계는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논란의 여부에도 불구하고 법관의 우월적지위 및 법정지배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행하는 수사는 크게 나누어 동적인 수사(폭력, 강간 등 주로 自然犯들에 대한 수사)와 정적인 수사(뇌물죄 등 法定犯)로 대별할 수 있다 하겠다.

 

자연범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초동수사 단계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는 반면, 법정범의 경우에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증거를 수집하기에는 극히 어렵고 수사의 진행경과에 따라 증거가 수집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공판중심주의의 논란의 핵심은 ‘사건의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수집한 각종 증거, 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법정에서 다시한번 가리자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사는 수사관과 피의자, 참고인이 면전에서 직접 접촉을 하면서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수사 담당자는 피 조사자의 언행, 태도 등 오감을 동원하여 수사를 하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혐의 유무에 대한 판단이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재판보다는 객관성은 차치하더라도 심증 형성에는 훨씬 유리한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공판정을 살펴보면 판사와 피고인의 거리는 너무 멀고 그 절차 또한 복잡하다. 피고인과 판사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다.

 

공판중심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수사기관에서 수집한 모든 증거, 조서는 그 나름대로의 증거가치를 부여하고, 변호인(피고인)은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판사는 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를 기본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일이지 법정에서 모든 것을 가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공판중심주의의 논란의 중심에는 수사기관에서의 수사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에 관하여 생각을 해보자.

 

그 누가 그 숭고한 ‘인권’을 보호하자는데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수가 있겠는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은 피고인의 ‘인권’만이 중요시되고 있을 뿐 그보다 더 큰 ‘피해자의 인권’은 도외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심문당하는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중인환시리에 당하는 모멸감, 심리적 부담감, 분노 등으로 제대로 증언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증언에 일관성이 없다는 유능한 변호사에 의하여 무죄 판결을 받게되는 경우, 그 피해자나 가족은 수사기관에 신고한 것을 수 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고, 순간적으로는 私刑의 강력한 유혹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범행을 야기할 수도 있다.

 

위에서 살펴본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태반인 이 나라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피고인의 ‘인권’을 위하여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대부분 국민들의 ‘인권’을 도외시 하는 인권이야말로 ‘언어적 유희’에 불과할 뿐이다.

 

법은 상식의 논리이다.

 

상식이라 함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이고 이의 범주를 벗어난 법은 법이 아니다.

 

특히, 형법은 상식을 가진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상식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사회적 制裁임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이성순(전주지방검찰청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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