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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빛 공해

깊은 밤에도 잠 못들게 하는 '인공불빛'

우리는 빛이 있는 곳에서만 형태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 빛이 문제다.

 

너무 환하고 밝아졌기 때문이다. 어둠을 헤쳐 낸 전기불빛의 발명은 실로 위대했지만, 지금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불빛 때문에, 우리는 어느새 일상생활 속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평안과 휴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해가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가 지면 돌아와서 쉬는 전통적인 생활리듬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깊은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먹고, 마시고,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밤과 낮의 구분마저 허물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바쁘다고들 아우성이다.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하는 시간개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활동을 하면 낮이고, 잠자리에 들면 그것이 바로 밤이라고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의외로 심각하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좀처럼 잔 것 같지가 않고, 몸은 마치 물먹은 솜처럼 항상 피곤하고 무겁게 느껴진다고 하소연이다. 이게 모두 다 우리들의 생활공간으로 찬란하게 쏟아지고 있는 인공불빛 탓이다. 불빛 때문에 우리 현대인들은 밤이 찾아와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밤에 숙면을 하지 못하게 되면 뇌파는 불안정해지고, 뇌에서 정상적으로 밤새 분비되어야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조차 급격히 저하된다고 한다. 그렇게 멜라토닌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못하니, 자연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은 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질병의 원인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심지어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양계장이나 축사에서도 대낮같이 환하게 밝혀놓은 불빛 때문에 동식물들조차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정말 옛날이 좋았다. 옛날에는 먹고 살 것이 부족해서 그랬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을 올려다 볼 수도 있었고,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삼아 정말 잠 하나만은 충분히 잘 수가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우리 주택가에서는 숙면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러 조건들을 너무나 잘 구비하고 있는 셈이 된다. 차마 주거지역이라고 하기가 민망해질 정도다.

 

그래서 이제는 그 ‘빛’」에 대해서도 곰곰이 짚어봐야 할 때가 되었다. 화려한 현대문명의 상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인공불빛의 피해는 밤을 잊은 한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소음공해나 시각공해처럼, 빛도 어느새 ‘빛 공해’라고 하는 신종공해로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삼호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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