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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로메로 주교님 - 송년홍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어제 현충일이라서 편하게 쉬면서 텔레비전을 켰더니 “로메로”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 십여 전에 보았던 영화인데 그때의 감동과 기억이 되살아나서 다시 보았다. 이 영화는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1977년 주교로 서품되어서 1980년 3월 산살바도르의 독재자의 총탄에 암살될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로메로 대주교는 주교로 서품이 될 때까지 책 밖에 모르는 학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산살바도르의 정치나 경제 따위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로메로 대주교는 자신이 주교가 된 후 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 사람들을 위해서 민주와 자유를 외치다 암살되거나 실종되는 신부들을 보면서 서서히 진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가난하게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 로메로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를 향해서 회개와 살인을 멈출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이 요구들은 독재자와 체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눈에 가시였다. 그리고 그들은 교회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걸 강하게 이야기하고, 죽이겠다는 협박과 위협도 한다. 결국 로메로 주교는 독재자가 보낸 암살자에 의해서 미사 도중에 살해된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산살바도르는 1989년까지 6만 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 하지만 로메로 주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부활해서 많은 사람들이 산살바도르의 민주화를 위해서 투신했다고 한다.

 

오는 토요일이면 1987년 6월 항쟁이 20년이 된다. 박종철 고문사건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한 사제단 신부님들의 성명서가 기폭제가 되어서 온 국민이 민주화를 위해서 일어났던 때이다. 나이와 성별, 직업을 뛰어넘어 국민 모두가 민주화를 위해서 거리로 나왔던 때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기폭제 역할을 했던 교회의 모습을 본다. 교회가 정치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교회가 그들의 삶에서 떨어져 있다. 정치는 국회의원들이나 지자체장이나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게 정치이다. 교회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 한가운데서 예수님이 전해준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면서 사랑한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교회가 사람들이 사는 곳을 떠나면, 그런 의미에서 정치를 외면하고 살아가면 교회는 사람들 깊숙히 들어가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없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 속으로 교회가 들어가야만 교회는 그 본연의 일을 하는 것이다.

 

6월 10일이 되면 교회의 한부분인 나의 삶을 언제나 생각해본다. 나도 사람들 삶 한복판을 떠나서 나만의 삶의 영역에서 살고 있지는 않는지, 그리고 다시 결심한다. 다시 세상 속으로 사람들의 삶 한복판으로 들어가자고.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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