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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편안한 내 집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

덥다. 더워도 아주 덥다. 그래서 이렇게 한여름 휴가철만 되면 다들 물 따라 산 찾아 떠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제 웬만한 바다나 계곡은 가는 곳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피서지마다 초만원이다. 이런 여름철에는 그저 바람 솔솔 통하는 누마루에 누워 살살 부채질을 하거나, 심산유곡을 찾아 시 한 수에 차 한 잔을 곁들이면 제격이겠지만, 그것도 이제는 고서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낯선 풍경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땐 정말 자그마한 별장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가고 오느라 이리저리 지치고, 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이것저것 가리고 감출 것도 없이, 그저 덥다 싶으면 웃통을 훌훌 벗어젖힌 뒤, 발 담그고 수박 한 조각이라도 베어 물 수 있도록, 개울물 졸졸졸 흐르는 계곡 위에 그럴듯한 별장이라도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적법상 지목이 대(垈)나 잡종지 에서만 건축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 건축허가부터가 사실상 어렵다. 또 시원한 계곡이나 하천 근처에 지어놓은 집들은 처음엔 제법 그럴 듯 해보이지만, 제철이 지나면 대개 빈집으로 남게 된다. 편안한 거주공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시원한 하천이나 계곡을 배경으로 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 팬실베니아주에 있는 「낙수장(落水莊, Kaufman House)」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L.Wright, 1867-1959)가 설계한 이 집은 처음에 카우프만 씨의 주택으로 설계되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은 채, 주정부에 기증되어 그저 관광객들이나 드나드는 형편이라고 한다.

 

설사 그러한 별장이 아니더라도, 요즈음은 다들 수려한 경관을 찾아서 때로는 바닷가나 계곡근처에 집터를 잡곤 하는데, 사실 거기에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이런저런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쉴 새 없이 밖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다습한 기류 때문에 좀처럼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없기도 하지만, 대화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 실내습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그것뿐만 아니라, 물소리는 듣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변화되어 들리게 되는데, 낮에는 시원한 폭포수 소리로 들리다가도 혼자 있는 고적한 밤에는 마치 귀신소리처럼 음산하게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코 편안한 집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저것 챙겨서 떠날 때 보면 아주 안 돌아올 것처럼 다들 서둘러 일상에서 벗어나곤 하지만,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 절경에 자리 잡은 콘도나 펜션 그리고 별장도 사나흘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보면 다시 집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즐거운 곳에선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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