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남녀가 인연을 맺어 한 가정을 이루는 일을 ‘결혼?혼인?혼사?혼례’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단어 가운데 많이 쓰이는 말은 ‘결혼’과 ‘혼인’으로, 결혼은 근자에 세력을 얻은 말이요, 혼인은 중세에 많이 쓰이던 말이다.
혹자는, 결혼을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라 하기도 하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이 말은 한서(漢書)에도 보이는가 하면, 삼국유사에도 보인다.
삼국유사를 보면 동명왕(東明王) 탄생 설화에서 해모수가 하백에게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인 바 하백과 결혼하고자 하노라(我是天帝之子 今浴與 河伯結婚)”라고 ‘결혼’이란 말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말이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쓰인 ‘결혼’이란,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음’이란 뜻과는 달리 ‘혼사를 맺음’ 또는 ‘혼인을 맺음’의 뜻으로 쓰인 것이라 하겠다. ‘혼인’이란 말의 어원은 ‘백호통(白虎通)’에서 찾을 수 있는 바,
‘혼(婚)이란 저녁에 예를 행하므로 혼이라하고, 인(姻)이란 부인이 지아비에게 의지하므로 인이라 한다.’라고 되어있다.
저녁에 예(禮)를 올렸고, 여인이 남편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혼인(婚姻)’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인’이란 말에는 이와는 다른 뜻이 있었음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첫째, ‘사위의 아버지를 혼(婚), 며느리의 아버지를 인(姻)이라 하며, 둘째, 사위 쪽에서 며느리네 집을 혼(婚), 며느리 쪽에서 사위 네 집을 인(姻)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모수가 유화(柳花)아닌, 하백과 결혼하고자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지난날의 뜻인 사돈(査頓)관계를 맺고 싶다는 말이라 하겠다.
따라서 혼인이란 이와 같이 남녀 1:1의 결합이 아니요, 가족혼을 뜻한다 하겠다. 그래서 오늘 남편은 ‘내 남편’이 아닌 ‘우리 남편’이요, 아내는 ‘내 아내’가 아닌 ‘우리 아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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