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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나라에 불지를 수는 없는 일 - 회일

회일(참좋은 우리절 주지)

파자소암(婆子燒庵)이란 공안(公案)이 있다. 한 신심(信心) 깊은 노파가 어느 스님에게 진리를 깨쳐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기 바라는 마음에 토굴을 지어 지극히 공양을 올리고 뒷바라지 하였다. 그렇게 시봉하기를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노파는 스님의 공부를 점검하기위하여 딸을 시켜 공양 상을 가지고 가게하면서 은밀히 한 가지를 일렀다. 딸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스님에게 공양 상을 올리고 다가가 스님을 안으면서

 

“스님 이러한 때에는 어떠합니까?”

 

하고 여쭈니, 스님은

 

“마른나무가 찬 바위를 의지했으니 삼동(三冬) 혹한(酷寒)에 온기조차 없도다.”

 

라고 말했다.

 

아무리 아리따운 아가씨가 와서 안겨도 태연무심하단 말이다. 딸이 돌아와서 어머니께 스님의 말을 그대로 전하니 노파가 듣고는 노발대발했다.

 

“내가 20년 동안 큰 마구니에게 공양을 올렸구나!”

 

하며 노파는 당장에 토굴로 쫓아가 스님을 쫓아내고 암자를 불태워버렸다. 그래서 생긴 화두가 파자소암이다. 노파는 어찌하여 암자를 태웠을까를 참구(參究)하는 것이다.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요즘 국민들의 화두는 대선후보에 있다. 경제부흥을 내세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독보적이다. 그러나 철저한 검증 없이 막연한 경제이미지로 인한 지지는 자칫 나라의 장래를 망칠 수 있다. 의심스러운 것은 이명박 후보의 과거 행위들이다.

 

2000년 9월 BBK와 LK-eBank가 같은 사무실을 썼고 같은 명함을 썼으며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고 이 후보는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주가조작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말을 바꾸었다.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하루속히 귀국하여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대선후보로써 깨끗이 털고 가야 할 의혹임은 분명하다.

 

그뿐 아니다. 이 후보 친인척들의 재산형성과정은 가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친인척이 사들인 전국의 땅들은 여지없이 개발되었고 친인척뿐 아니라 사돈끼리도 50:50의 지분투자로 땅을 사들여 비싸게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겼으면서도 상식적인 투자나 자금흐름이라 볼 수 없는 투자방식을 택하는 등 석연찮은 재산형성과정을 보이고 있다.

 

그의 대북관은 더욱 문제다.

 

그가 속한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이래로 줄기차게 이어온 남북교류활성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비판과 발목잡기를 일삼아 왔다. 지금의 남북평화무드로 인한 경제적 가치는 두말할 것이 없으며 확고한 평화정착과 경제교류 활성화는 남한의 경제성장에 있어 꼭 풀어야할 숙제이기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한 한나라당은 냉전시대적 사고방식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퍼주기 논란을 일으키고 전쟁도 불사해야한다고 하는 등 남북한 평화정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비에 고비를 넘어 여기까지 온 남북관계가 이 후보의 당선으로 자칫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노파는 20년 동안이나 공을 들인 일이 잘못되었긴 하지만 암자에 불을 질러 정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은 아무리 후회가 된들 나라에 불을 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한 바른 판단만이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회일(참좋은 우리절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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