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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아파트 - 빠지는 거품 '와우아파트' 조짐?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두 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사실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1957년 11월 고려대 근처에 종암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이후, 서울시내에 중앙아파트와 개명아파트가 차례로 지어졌다고 하니, 우리 아파트 역사는 줄잡아도 5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미끈미끈한 고층아파트가 아니고, 그저 여러 세대가 한 지붕 밑에서 위아래로 다닥다닥 모여 사는 집합주택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1962년 서울에 마포아파트가 ‘단지개념’으로 처음 설계되면서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내공을 쌓지 못한 탓이었던지, 1970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와우아파트’ 한 채가 그냥 폭삭 주저앉아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물론, 부실공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그 상처는 컸다. 한꺼번에 무려 39명이 중경상을 입고, 33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여파로 당시 ‘불도저 시장’으로 한참 명성을 날리던 김현옥 서울시장까지 즉각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아파트’로 상징되는 우리사회의 욕망은 이에 쉽게 굴하지 않았다. 곧바로 1971년, 서울 여의도에 보란 듯이 대규모 고층아파트로 일대 반전을 꾀하게 된다. 그렇게 하늘을 향해서 쭉쭉 뻗어 오르던 고층아파트는 점차 서울의 스카이라인마저 바꾸어나가면서, 달동네 서민들에게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게 만드는 일종의 유토피아로 작용하였다.

 

그 결과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사회는 부동산 투기의 거센 광풍에 휩쓸리게 되고, 마침내 그 유명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등장하게 된다. 이때부터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마다 분양신청자가 줄을 서서 날을 새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되고, 그렇게 한번 과열되기 시작한 아파트 분양시장은 좀체 사그라질 줄을 모르는 채 불패신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유명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고 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기 시작하였고, 각종 「빽」과 「특혜」가 동원되기도 하였다. 정치인, 언론인은 물론이고 허가를 내준 공무원까지 그 직위를 이용해서 특혜분양을 받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바야흐로 우리사회 전체가 아파트 투기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화려한 과거이력을 지니고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섭게 치솟기만 하던 아파트도 최근 들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쉽게 지나가는 바람 같지가 않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 아파트」를 들어 올리고 있던 모든 거품을 한꺼번에 걷어내고 힘없이 무너져 내릴, 또 다른 「와우아파트」의 조짐인지도 모르겠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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