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김기철씨 "배움 중단하는 학생 없었으면..."
충북 옥천의 한 이장이 월 20만원인 수당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놨다가 6년째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옥천군 이원면 대동리 이장을 맡고 있는 김기철(56)씨는 최근 면사무소를 찾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300만원을 내놨다.
지난 한해 군청에서 지급받은 월 20만원씩의 이장 수당과 상여금(한해 40만원)을 합친 뒤 모자라는 20만원은 호주머니를 털었다.
6년 째 이어지는 선행이지만 김씨는 "주위에 떠벌리고 싶지 않으니 기탁자 이름을 꼭 익명으로 처리해달라"며 면장과의 면담조차 한사코 거부했다.
이장을 맡은 첫 해인 2001년에 살림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려던 고교생의 등록금을 대납해 준 것을 계기로 수당을 모아 온정을 베푸는 그는 매년 초 통장을 털어 면사무소를 찾는다.
김씨가 내놓는 돈은 주로 고학생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골고루 전달되지만 작년에는 난치병에 걸려 투병 중인 가난한 환자의 치료비로 집중 지원됐다.
10여년 째 친환경 복숭아 농사를 고집해 이 분야에서 제법 유명인(?) 반열에 오른 그는 이따금 친환경농법을 배우겠다고 복숭아 밭을 찾는 농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조해왔다.
"친환경 농법이 비록 눈 앞의 수익은 떨어질지언정 농산물 수입개방에 맞선 한국농업의 유일한 대응방안"이라는 논리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에 대한 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이 때문에 옥천군이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얘기를 듣고 7일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련한 100만원을 장학재단 기금으로 면사무소에 기탁하기도 했다.
또 8일에는 남 몰래 군청을 찾아 장학재단 후원금 300만원을 개인적으로 접수시켰다.
김씨는 "처음 이장을 맡을 때 무보수 봉사를 각오했으며 어려운 형편 때문에 배움을 중단하거나 상처받는 학생이 없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장학금을 낸 것"이라고만 짧게 말한 뒤 "별 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며 사진촬영을 극구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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