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3:2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열린마당] 문화재관리, 일본을 보고 배워야 - 이병채

이병채(남원문화원장)

최근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소실되는 화재참사를 지켜보는 순간 비통함과 분노의 불길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어안이 벙벙했었다. 숭례문은 그 옛날 한양과 임금을 상징하고 조정의 관리가 되려는 자들의 등용문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금도 지방사람들은 ‘남대문을 보러 서울 간다’는 말을 자주한다. 이처럼 숭례문은 600여년 동안 우리 민족의 얼과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왔던 상징물이었다. 까맣게 타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는 종묘에 누워 계신 조상님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저 미안하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그 옛날 나라 임금이 죽으면 백성들은 상복을 입고 숭례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애도했듯이 서울 장안 사람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숭례문을 향해 요배를 해야 한다.

 

우리는 텔레비젼 화면을 보면서 그것을 지켜 내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내 마음도 타들어가는 것 만 같았다. 서울가서 가끔 숭례문 옆을 지날 때 마다 언제한번 남대문 문턱을 넘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꿈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가끔 문화재 화재소식을 들을때 마다 그렇게 허술하게 대비하였다는 말인가하고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그렇다 우리 문화재는 유럽이나 인도 등 외국의석조문화재에 비해 전통적으로 화재에 취약점도 있기는 하나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한다면 문화재 화재 방지대책과 국민정신 면에서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의 문화재들은 거의 나무로 되어 있어서 오래 보존이 어렵다. 썩어가기도 하고 불에 타버리기도 한다. 나무를 사용하여 만든 조상들을 이제 탓할 수 없지만 우리는 문화와 문화재를 만드는 데는 한때 일본에 앞섰으나 보존관리하는데는 졌다. 그 결과가 오늘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성문은 예부터 힘과 요새와 권력을 상징해왔듯이 숭례문이야말로 우리나라와 국민의 요새이며 비상을 상징하는 꿈의 상징물이다.

 

우리 조상들은 건물을 지을때 백년대계, 아니 천년을 내다보고 짓는 지혜로운 분들이었다. 그냥 터만 본 것이 아니고 풍수지리설에 따라 궁궐과 성문의 자리까지도 잡았다고 한다. 숭례문 현판 역시 세로로 된 현판을 달고 있는데 그 이유는 풍수지리설 때문이라고 한다. 숭례문의 ‘숭(崇)’자를 예서로 쓰면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이요, ‘례(禮)’는 오행설로 따져 불이 된다. 따라서 불이 잘 타오르게 하기 위해 세로로 썼다고 한다. 서울 풍수지리설에 의해 관악산은 화산이기에 그 불로부터 한양(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불은 불로 맞불개념에서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세웠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관악산의 화기를 풍수적으로 막기 위해 지금 숭례문과 서울역 사이에 남지(南地)를 파서 풍수 방화수를 저장해 놓았다고 한다. 만약 선조들의 이 풍수지리의 확고한 믿음을 후대들이 종묘사직처럼 목숨 걸고 이를 지켰다면 하는 어리석은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이래도 저래도 초토화된 숭례문에겐 그저 미안하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국민 모두가 초등학교부터 우리나라 국보 1호가 숭례문(남대문)이라고 외우며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다짐해왔다.

 

그러나 그 범인 또한 우리국민의 한사람 짓으로 밝혀졌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온 국민 모두가 숭례문 앞에서 무릎 꿇고 백배사죄해야 한다. 좋은 일만 역사가 아니고 치욕의 역사도 역사다. 숭례문 복원은 우리가 문화를 새롭게 인식함으로서 문화의 수준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성급하게 복원계획이 대두되고 있지만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범행자는 물론 관련책임자 등 철저한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 백년 아니 천년보다 더 긴 세월동안 후대들에게 손색없도록 우리민족 혼과 얼을 담아 지을 수 있도록 신중을 유기해야 할 것이며 문화재관리 체계정비 등 이웃나라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

 

/이병채(남원문화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