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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구비 편취 '관행'에 경종 울려야"

문화재발굴비 편취 연구원장 등 항소심서 집유

법원이 최근 문화재 발굴 조사 과정에서 연구비를 과다 청구해 수억원을 가로챈 전직 문화재연구원 원장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잇따라 깨고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것은 고고학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조용현 부장판사)와 제1형사부(박길성 부장판사)는 3일과 4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천만원씩을 선고받은 호남문화재연구원 전 원장 윤모(58) 교수와 전북문화재연구원 전 원장 최모(53) 교수 등 4명의 항소심에서 잇따라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징역 10년 이상의 형을 제외하고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은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집행유예형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어서 현행법에 따라 해당 교수들은 교수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전북도내 매장 문화재 발굴 조사 업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 3∼4년 간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인건비와 현장 인부 노임 등을 과다 청구하거나 연구원의 허위 출장 신고서를 작성해 여비 명목으로 돈을 인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억원을 편취.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이런 고고학계의 '관행'에 대해 법원이 그동안 학계의 피치 못한 현실을 감안, 벌금형을 선고해 왔던 것과 달리 벌금형의 원심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한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런 기류에 경종을 울릴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의 뒤를 잇는 후배 연구원들이 또다시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같은 범행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되풀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중요한 이유가 됐다.

 

실제로 재판부는 "앞으로 후배들이 이런 범행을 따라할 수 있어 책임을 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범행은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할 수 없고 적정한형을 선고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으며 제자들이나 주변인들이 장래에 할지도 모르는 재범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 윤 교수와 최 교수의 경우 "연구원과 사무원 등 피고인들의 요구를 거부하기힘든 지위에 있는 자들에게 범행에 가담하도록 하는 범행 수법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연구원의 원장 겸 교수로 있으면서 이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이를 묵과한 책임을 크게 봤다.

 

최근 각종 개발 사업이 많아지면서 문화재 발굴 수요가 급증하는 데 비해 문화재 지표, 발굴 조사가 가능한 전문 기관은 한정돼 있고 이런 조사를 의뢰한 관공서나 건설업체 등이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해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데도 이런 점 등을 악용해 장기간 범행을 저지른 것도 엄단 의지를 굳히게 한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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