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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남북관계의 진정한 실용 - 김근식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이미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각을 세웠다. 예상되긴 했지만 신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이처럼 긴장이 고조된 것은 분명 당혹스러운 일이다. 최근의 사태에 대해 일부에선 북한책임론을 지적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가 대화중단을 선언한 것도 아니고 쌀 비료를 안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북이 지레 짐작으로 대남 압박에 나서고 있으니 분명 북한이 쓸데없는 짓을 한 게 맞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책임론과 원칙대응론만으로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본시 대북정책은 상대가 있고 그 상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북한이라는 존재다. 북한에 대해 원칙과 의연함만 강조해서는 말만 앞설 뿐 실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은 마땅치 않다. 북을 굴복시키기 위한 전쟁불사의 대북강경은 국민이 용납하기 힘들다. 무시정책과 봉쇄정책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굴복시키는 방법도 장기간이 아니면 별 효과가 없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결과하지 못한 채 긴장고조만을 떠안는다면 북한책임론은 우리만의 외로운 메아리에 불과하다.

 

더욱이 남북미 3자간 고차 방정식을 감안할 때, 북미가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긍정적 진전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홀로 대북 원칙론에 매몰되는 것은 한미공조의 실익도 없이 한반도 정세의 왕따가 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달리 우여곡절 끝에 북미간 핵신고 문제가 타결될 경우 향후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원칙과 한미동맹 강조는 뻘쭘할 수밖에 없다. 북미가 핵문제 진전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신 대북정책이 미국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네오콘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시킨 신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비판하면서 출범한 만큼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대북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북핵우선, 한미동맹, 상호주의 등 과거 야당 시절 주장들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골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그 시절 구호에만 머물고 있는 게 문제다. 야당은 비판만으로 반사이익을 챙기면 되지만 여당은 비판을 넘어 구체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북핵우선이라는 주장만으로 북핵해결을 이루진 못한다. 북핵우선 원칙만 내세울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경색되는 남북관계 해법도 고민해야 한다. 북핵해결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남북관계 접근법이 무엇인지도 제시해야 한다. 비핵개방3000 구상도 북한을 비핵화시키고 개방시킨다는 슬로건에 모두가 동의하지만 구체적 현실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강경한 슬로건이 아니라 그 슬로건을 실현해 낼 현실적 솔루션이다. 전임 정부의 성과와 합의를 부인하는 데 힘을 쓸게 아니라 대북포용기조의 연속성을 전제하면서 정책변화를 추구하는 진정한 실용적 입장이 필요한 때다.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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