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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익산 미륵산

역사의 땅에 초록 새살…문화재 보존, 생태 복원과 발 맞춰야

미륵산 사자암에서 바라본 풍경.숲 사이로 한반도를 닮은 금마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desk@jjan.kr)

세상이 어수선하고 뒤숭숭하다. 연일 주경야초(광우병쇠고기 촛불문화제)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구원의 땅을 찾는 마음으로 사자암을 거쳐 익산 미륵산에 올랐다.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에 반짝이는 상수리나무 잎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고즈넉하면서도 눈부시다. 즐거운 저항, 백만의 촛불이 곧 미륵이요, 백만의 촛불이 꿈꾸는 세상이 곧 미륵세상이 아닐까. 산 아래 세상이 염화미소다.

 

▲ 곳곳에 남아있는 백제의 흔적

 

미륵산은 백제의 꿈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미륵산성을 중심으로 어래, 천호, 낭산 산성이 있고, 금마도토성과 익산토성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목탑 양식을 간직한 석탑으로 현존하고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크며, 웅장하고 한국석탑의 시원(始源)인 미륵사지탑이 있다.

 

입점리 고분군과 고도리 석불입상, 태봉사 삼존 석불과 이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폐사지는 천년 세월의 흔적을 안은 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곳의 백제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하자는 움직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갈참나무 등 180종 식물 뿌리내려

 

새로운 세상을 꿈꾼 백제의 미래는 미륵산을 중심에 두고 있다. 야트막한 구릉성 산지가 군데군데 자리한 곳에서 해발 430m의 미륵산은 도드라져 보인다.

 

미륵산의 식생은 소나무, 곰솔, 상수리나무와 갈참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해발 250m까지의 사면에는 곰솔이 많이 심어져 있으며 곳곳에 리기다소나무와 일본잎갈나무의 조림지가 있고 밤나무도 간혹 심어져 있다.

 

해발 400m 이상 정상부에는 갈참나무의 관목림으로 덮여 있다. 70년대 국토녹화 사방사업으로 심어진 나무들이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우리 산도 헐벗었고 미륵산도 한동안 민둥산이었다.

 

김창환 교수(전북대)에 따르면 미륵산에는 60과 133속 154종 25변종 1품종 등 총 180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생이 단순하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주로 소나무, 곰솔, 상수리나무와 갈참나무림 등으로 이루어진 미륵산의 식생은 대부분 2차림, 즉 관목에서 교목으로 수종이 다양해지고 안정화를 이루는 천이가 진행되고 있다.

 

▲생태계 건강해져야 진정한 문화재 복원

 

미륵산에서 제일 넓은 면적을 점유하고 있는 식물군락은 소나무군락으로 산의 중부사면까지와 능선부 등지를 덮고 있으며, 숲을 이루는 교목 층의 높이는 7~8m 정도인 2차림이다.

 

곰솔군락은 해발 250m 이하의 비교적 비옥한 곳에 식재돼 자라고 있으며, 숲의 높이는 10~16m 정도로 현재 왕성한 생장을 하고 있다. 해발 350m 이상부터 정상까지는 대부분 갈참나무의 관목림으로 천이가 진행되고 있다.

 

상수리나무군락은 미륵산의 북동사면 해발 약 400m부근의 습하고 흙이 많은 골짜기에 분포되어 있다. 높이가 20~23m, 흉고직경이 대부분 25~35cm인 큰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어서 자연림일 가능성이 높다.

 

상수리나무 이파리가 진초록의 물결로 산바람에 날리며 소살거리는 소리는 미륵산이 '나 이제 건강해졌다' 는 외침으로 들린다.

 

전북대학교 김창환 교수는 "숲의 식생은 인간들이 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이곳의 상처 입은 숲에서 새 살이 돋는 곳 이라며 미륵산에서 식생이 제일 좋은 곳" 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천년 고도의 문화재를 보존하듯이 미륵산의 생태 복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문화재가 있던 과거 미륵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 미륵사탑과 백제 유적지를 복원한다고 해도 미륵산의 숲이 리기다소나무나 잎깔나무 등의 외래 수종이 차지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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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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