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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새만금에도 문화콘텐츠 고민을 - 윤승용

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윈난성(云南省)과 함께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남부 광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에는 카르스트 지형 특유의 절경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계림산수 갑천하(桂林山水 甲天下:중국에서 계림의 산수가 최고다)'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구이린(桂林)의 산하는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구이린의 백미는 이 곳을 관통하는 리강(?江)을 유람선을 타고 내려가며 기암기봉을 완상하는 데 있다. 3만여개 가 넘는 100~200여m 높이의 암봉을 느릿느릿 구경하다보면 옛시인의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구이린은 특유의 절경보다 이곳에서 60여km 떨어진 양숴(陽朔)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수상오페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에서 2003년 11월부터 시작된 수상극 '인상 유삼저(印像劉三姐)'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붉은 수수밭' '영웅' 등을 만든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판웨 등 신예 연출가 2명과 함께 공동연출한 인상유삼저는 이강 2㎞와 12개의 산봉우리를 자연배경으로 총 600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웅장한 집단 수상극이다. 수많은 배우가 붉은 천을 들고 강을 가로질러 건너고, 온 몸에 전구를 단 배우들이 멀리 있는 산에서부터 물 위를 걸어 관객석 쪽으로 달려오는 등 1시간여 동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서사극이 이어진다.

 

중국에는 현재 양숴의 인상유삼저 외에도 장이머우 감독의 실경무대 공연이 윈난성의 설산 고원도시 리장(麗江)의 '인상리장'과 소동파(蘇東坡)가 노닐었던 서호(西湖)의 '인상서호'등 무려 3개나 공연중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공연들이 변방의 시골마을들을 상전벽해처럼 변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장이머우 감독이 현지인을 대거 조연배우로 활용해 주민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리장의 경우 마을주민들의 년간 출연료가 과거 농사로 벌던 연간 수입의 2배 이상이 돼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크게 향상됐다. 현지인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이면 연극의 조연배우로 뛴다. 뿐만 아니라 공연이 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할 수 없이 하룻밤을 묵고 가는 덕에 숙박업까지 호황을 누리는 등 지역경제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 말 그대로 문화 콘텐츠 하나가 지역을 환골탈태 시킨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 전북에는 구이린에 비길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절경이 즐비하다. 마이산, 내장산, 무주구천동 등등. 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이 완성될 경우 새만금호수와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고군산군도를 배경으로 새만금호수에서 인상유삼저 같은 수상극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새만금을 단순히 산업단지 등으로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로도 채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 윤승용(51) 본보 객원논설위원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노조위원장 등을 거치며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 및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을 역임했다.

 

/윤승용(본보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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