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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군산 옥서면 매화마름 군락지

꽃은 물매화 잎은 붕어마름 닮은 멸종위기 야생식물

크고 작은 들판이 융단처럼 펼쳐진 풍요의 땅 전북. 만경강과 동진강 금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드넓게 자리 잡은 논은 풍성한 문화와 먹을거리, 맛과 멋의 원천이다.

 

쌀은 여전히 우리의 주식이며 삶의 방식과 문명을 규정해왔다. 논마지기가 삶의 전부이자 목표이던 시절, 손으로 모를 내던 때만 해도 논에는 개구리, 미꾸라지, 우렁, 송사리, 붕어는 물론 참게도 지천이었다.

 

논에 물을 대는 수로에는 가물치, 메기, 뱀장어가 아이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댐이 만들어지고 경지정리가 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서 논의 생물다양성이 줄어들었다.

 

군산시 옥서면 매화마름 군락지. (desk@jjan.kr)

 

농사철에만 물을 대주는 농수로 때문에 겨울철 물을 담아 놓는 무논도 사라졌다. 최근 흙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생태농업이 활발해지고,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이 줄어들면서 논은 우리나라 최대, 아시아 최대의 습지라는 가치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 전북 최초로 매화마름 군락지 발견

 

지난 5월, 전북대학교 환경자원학부 김창환 교수는 전북지역환경기술센터가 의뢰한 '군산자연생태지도' 작성을 위한 생태조사 중 새만금 갯벌과 인접한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콘크리트 농수로와 휴경지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인 매화마름을 발견했다.

 

매화마름이 발견된 이곳은 줄, 큰고랭이, 세모고랭이, 갈대, 말즘, 검정말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습지생태계가 양호한 편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강화도의 매화마름 군락지와 주변 식생이 비슷하다"며 "좀 더 관심을 갖고 조사해보면 여러 곳에서 분포할 것이라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 아쉽다"고 말했다.

 

매화마름 군락지가 발견된 군산시 옥서면 휴경지. (desk@jjan.kr)

 

김 교수는 또 "이곳의 매화마름 군락지는 새만금 갯벌습지와 육상 농수로 및 습지를 연결하는 습지 생태계 거점 축으로 중요한 지역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보전을 위한 복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겨울철 무논 사라지며 줄어든 매화마름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분포하며 서해안에 인접한 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매화마름은 다년생 수생식물로서 줄기는 길이 50cm에 이르며 속이 비어있고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는 습지식물이다.

 

꽃은 물매화, 잎은 붕어마름과 비슷하다고 해 매화마름이라 불리며, 4~5월에 꽃이 하얗게 피며 크기는 지름은 10mm 정도로 작은 손톱만하다. 깨끗한 생태계를 대표하는 식물로 이들이 분포하는 곳에는 다양한 습지 생물이 서식해 새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60~7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논 잡초였으나 겨울철 무논이 없어지고 수질오염과 무분별한 개발로 멸종 위기에 몰렸다가 최근 서해안 일대에서 드물게 서식지가 발견되고 있다.

 

제초제와 화학비료 사용하고, 트랙터로 논을 써레질을 하는 등 경작 방식의 변화도 원인이다. 이로 인해 한란, 나도풍란, 광릉요강꽃, 섬개야광나무, 돌매화나무와 함께 멸종위기야생식물의 하나로 지정 돼 보호받고 있다.

 

▲ 매화마름의 생존 전략은 공존과 조화

 

매화마름은 일반 잡초와 달리 작물과 경쟁을 하기보다 벼가 자라지 않는 기간에 빠르게 자란다. 늦가을 싹을 틔워내고 빠르게 4월경 꽃을 피운 뒤 모내기를 하기 전에 열매를 맺는다. 모를 심기위해 써레질을 하면 매화마름은 사라져야할 운명이기 때문.

 

논에 자라는 잡초이지만 벼가 자라지 않는 기간에 자라기 때문에 벼의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공존의 선택,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강화도 친환경 유기농으로 생산된 '매화마름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비싼 값에 팔리게 하고 있으니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상생의 효과를 보여주는 곳이다.

 

매화마름이 주로 농경지에 있는 만큼 누구보다도 농민들이 매화마름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서식지가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 내셔널트러스트 시민유산 1호

 

매화마름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의해 강화도의 길상면 초지리 군락지가 시민성금으로 시민유산 1호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군락지 관리 보전을 위해 손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 등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도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환경부는 이곳의 군락지 3,015㎡의 논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세계 최초로 논이 습지로 등록되는 셈이다.

 

논은 사람이 만든 우수한 습지다. 미생물부터 작은 곤충류에서 어류와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의 생태적 기능은 물론 거대한 산소 배출공장이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논이다.

 

멸종 위기 식물(매화마름)의 서식지이기도 하며,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나 저어새들의 먹이 공급처가 이기도 하다. 포도밭을 파면 팔수록 보물이 나올 거라는 이솝우화의 유언처럼 자연과 조화롭고 현명하게 논을 일구면 논은 우리에게 무한한 보물을 쏟아내 줄 것이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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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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