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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전주세계소리축제] 농익은 소리, 세상을 호통하다

김일구·송순섭·조통달 '천하명창전' 29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모악당서

남자 소리가 귀한 시대. 바람처럼 장쾌하고 수풀처럼 조용하며 불꽃처럼 격렬하고 산처럼 묵직한 남자 명창들의 소리가 세상을 깨운다.

 

세상에 보기 드문 소리꾼, 천하명창(天下名唱). 이 시대 최고 명창들이 최고 소리로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만난다.

 

전북일보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천하명창전'이 29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최고 남자 명창들의 소리'란 부제가 붙은 '천하명창전'에는 김일구(68·중요무형문화재 준보유자) 송순섭 명창(72·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조통달 명창(63·중요무형문화재 준보유자)이 차례로 오른다.

 

 

윤중강 '천하명창전' 예술감독은 "과거 경기소리의 뛰어난 명창의 성을 따서 '추조박'이란 조어가 전설처럼 이야기되듯, 이제 '천하명창전'을 계기로 판소리 분야에 '김송조'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하명창전'은 판소리를 중심에 둔 소리축제 정체성 프로그램.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명품 국악프로그램을 지향, 기획 단계부터 국보급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소극장 중심으로 진행돼 온 판소리 공연을 2000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로 옮긴 것 또한 새로운 시도다.

 

윤감독은 "'천하명창전'은 세계 어디에서나 공연할 수 있는, 판소리 공연에 있어 하나의 교과서가 되고자 한다"며 "우리말과 함께 영어, 중국어로 설명하고, 스크린을 통해 판소리에 대한 정보와 한국화풍 영상을 제공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 만물이 들어있는 소리, 김일구 명창

 

소리를 모르는 사람들도 전주 한옥마을 온고을소리청은 안다.

 

아내 김영자 명창과 함께 온고을소리청을 지키고 있는 김일구 명창. 그는 타고난 연기력과 해학적인 재담으로 '뺑파전'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소리꾼이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서편제 '춘향가'로 유명한 김동문 명창이 아버지. 소리를 먼저 시작했지만 열일곱 무렵 목이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아 장월중선 선생으로부터 아쟁산조를 배워 '김일구류'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두 분야의 장원을 휩쓴 유일한 명인이다. 1979년에는 아쟁으로 기악부 장원을, 1983년에는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했다.

 

2000년 국립국악원을 정년하며 전주에 내려왔으며, 올 3월 국악인생 60년을 맞아 제자들과 함께 기념무대를 가졌다.

 

이날 공연에서는 '심청가'를 들려주고 제자들과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탄다.

 

▲ 하늘과 땅을 가르는 소리, 송순섭 명창

 

송순섭 명창은 우선 인물치례가 좋다. 흰 수염을 기른 그가 흰 두루마기에 먹빛 갓을 쓰고 무대에 오르면 소리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그는 목이 궂은 데다 득음의 길에서 목이 꺾이고 중풍이 찾아오는 등 많은 고생을 했다. 한 때 소리가 뻣뻣해 듣기 어렵다는 평도 있었지만, 1994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기점으로 힘을 적절하게 분배해 웅장하면서도 온화한 맛이 느껴지는 완숙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승 박봉술 명창의 사설을 토대로 「동편제 적벽가 창본」을 펴내기도 했다. 동편제의 올곧은 법통을 이어온 그는 "송순섭하면 '적벽가', '적벽가'하면 송순섭'이란 말을 듣는다.

 

이날 공연에서는 '적벽가'를 새롭게 풀어낸다. '적벽대전' 대목에서는 오고무와 만나고, '새타령' 대목에서는 국악실내악과 만난다.

 

▲ 세상을 통달한 소리, 조통달 명창

 

익산 황등에서 태어나 친이모인 박초월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운 조통달 명창. '통달'이란 이름도 '장차 소리에 통달하라'는 뜻으로 박초월 명창이 손수 지어주었다고 한다.

 

좋은 목을 타고난 데다 독공을 통해 풍부한 성량과 특유의 수리상성을 얻은 그는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풍부한 연기와 걸쭉한 입담도 소리에 흥을 더한다. 1980년에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했다.

 

판소리 산조와 한국무용 등에도 정통한 진정한 예인. 대중가수 조관우의 아버지이자 판소리 신동 유태평양을 길러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수궁가' '범피중류' 대목을 들려준다. 조통달 명창이 등장하는 무대에서 창극이 빠지면 섭섭하다. 작은 창극으로 '흥보가' 중 '화초장' 대목을 올리는데, 조통달 명창이 '놀보'로 어느새 고등학생으로 훌쩍 자란 유태평양이 '흥보'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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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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