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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영어교육 붐을 보면서 교육을 생각한다 - 전수천

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얼마 전 외국 전시 일정이 있어 출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에 있는데 5, 6명의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 몇 명과 어머니들이 설레는 표정과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 속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 행 탑승 안내 방송과 함께 기내에 들어 서니 조금 전 로비에서 보았던 아이들이 내 좌석 뒤쪽에 자리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6개월 또는 1년간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 있는 학교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팀이었다.

 

요즈음 영어 교육은 조기 유학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영어 교육, 원어민 영어, 엄마표 영어, CNN 뉴스듣기 영어, 눈높이 영어 교육에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는 영어 마을까지 온 사회가 어쩌면 영어 열병을 앓고 있다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

 

근래에 와서 세계에서 초보수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조차도 영어 교육을 계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는 하나 어쨌든 우리의 영어교육열풍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언어의 소통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자신의 비전을 presentation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영어몰입교육 열풍에 힘입어 영어에 의한 소통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 작용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guarantee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의는 본받을 만 하지만 영어교육의 과잉열풍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출세 지상주의의 소산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영어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를 잘해서 능력을 인정 받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아는 사람 중에 미국에 매년 1억 여 원을 송금하여 10년 이상 유학을 보낸 아들이 있다. 그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지만 월급 200만원이 안 되는 회사에 간신히 취직을 하였다.

 

이 시회는 영어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흔히 영어를 잘하고 사회적 보장을 받고 있다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영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학문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영어는 단지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소통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영어는 있고 교육은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교육은 인문학적 학습을 기본으로 학문을 쌓아야 하고 인성 교육이 동반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영어를 말 할 수 있어도 인문학적 지식이나 문화 예술을 모르면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혹시 영어를 잘하면 전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올해 16번째 노벨상을 받는다는 일본은 우리 사회처럼 학교의 정상적인 커리큘럼 영어 교육 외에 영어 과외니 영어 몰입교육이니 하는 것에 열광하지 않는다. 일본은 공교육이 중심이고 자국어와 기초교육을 중시한다. 일본은 출세를 위해서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고, 주민 등록 거주지를 옮겨 다니지 않아도 노벨상을 16명이나 받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장기적인 교육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는 자세와 저력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부모는 기후와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철새와 같은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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