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생명의 근원인 땅의 소중함을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까?
대도시는 물론 가끔 지방 나들이 때 시골의 산자락을 따라 달리는 정다운 도로 주변은 한 구절 시처럼 아름답다. 그 정다운 전국의 산천이 아파트 건축과 새로운 물류 유통망 구축이란 미명아래 산 허리가 잘리고 기름진 논과 밭이 두 동강 난 시골의 모습과 가끔 조우하게 된다.
내가 본 경제 대국인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이웃나라인 일본은 도로를 만들고 신 도시를 건설할 때는 오랜 시간 연구를 하고 그에 대한 타당성이 확인 되어야 만이 비로소 실행에 옮기는 장기적인 정책 수행을 한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그다지 문명을 발전 시키지는 못했지만 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관리도 신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 많은 생산품을 연구 개발하여 선진국을 뛰어 넘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그 상품들을 수출함으로써 경제가 풍요로워 졌으며 삶이 윤택해졌다. 하지만 소중한 땅의 경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는데 땅의 경영이 엉망이면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하다.
부동산 투기가 되풀이되는 악순환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불균형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많은 신도시 개발정책을 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작금의 황금만능 현실 앞에서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올바른 자세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기우일까?
우리는 스스로가 뛰어난 정신문화를 지닌 우월한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우리의 조상들은 고집과 자존심으로 살면서 자신을 지킨 민족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들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질 앞에서는 이성적 판단이나 객관성을 잃고 방황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 역시 기우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사를 자주하는 민족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하는 소수와 학생은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살던 곳에 대한 애정이나 정체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해관계에 얽혀 고향을 등지고 조금만 물질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정든 곳을 쉽게 떠난다. 물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이고 돈이 있으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행복은 삶의 태도에 있어서 땅에 몸과 정신의 뿌리를 내리고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에 유학하던 시절 함께 지냈던 교수, 친구들을 만나려고 여행 중에 전화를 하면 10명중 9명이 2,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화번호도 바뀌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살고 있다. 그러나 고국의 친구들은 10년 만에 연락을 하면 10명중 9명이 이사를 했거나 연락이 안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직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파견 근무를 몇 년씩 하지만 거의 대부분 임기를 마치면 고향으로 복귀하는 것이 상식이며 당연한 인식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가?
우리에게는 원활한 물류 유통에 필요한 도로망도 건설해야 하고 국민 모두가 편히 살 수 있는 주거 공간도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명의 근본이고 근원인 땅의 관리 또한 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기는 금물이다.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가 정착 된다면 난개발도 사라질 것이다. 식량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땅이 생명과 삶의 근원이며 근본이라는 기본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자세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쩌면 땅이 파헤쳐지고 난개발이 일어나는 현실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순리를 망각한 욕구의 산물일 것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산업 문명을 발전시켜 강한 경제력을 키워 선진국 대열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노력을 왜 모르겠는가 마는.
/전수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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