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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 전직 군수서 한우사육농으로 변신한 정희운씨

"고향서 땀 흘리며 일하는 제2의 삶 큰 보람"

한우를 키우며 노후를 보내고 있는 정희운씨는 이웃과 동고동락 하려는 마음가짐이 귀촌의 첫번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desk@jjan.kr)

김제에서 부안쪽으로 국도 29호선을 따라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죽산면 옥성리에 다다르면 어디선가 소 두엄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전직 군수에서 한우 110여두를 사육하는 한우사육농으로 변신, 고향을 지키며 한우와 함께 노후를 보내고 있는 정희운씨(74)의 한우농장에서 나는 고향내음새다.

 

정 씨는 33년동안 공직에 몸담으며 순창·부안·김제군수와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을 지낸 고위 관료출신으로, 지난 1995년 김제시장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귀향을 결심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평생 군수를 할 수는 없잖아요. 공직생활하는 내내 객지를 떠돌면서 은퇴하면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자고 생각했지요. 그것이 꿈이었고 이제 그 꿈을 이룬셈이지요"

 

귀향을 결심한 정 씨는 주위 농장과 과수원 등을 견학하며 착실히 귀촌 준비를 하면서 어느날 문득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 올라 소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우리 어릴적부터 어른들은 시골 사람들은 볏짚 한 단 들 힘만 있어도 소를 키울 수 있다. 소는 먹이만 잘 주면 저 스스로 잘 자라고, 재산가치가 크다고 했지요"

 

정 씨는 그 해 겨울, 신혼시절 맞벌이 하며 구입해논 야산이 있는 고향 김제로 내려와 소에게 먹일 볏짚을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봄, 야산을 개간하여 축사를 짓고 한우를 몇마리 구입하여 기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정 씨에게는 여러가지 고난이 닥치기 시작했다. 우선 제일 괴로운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 군수까지 지낸 사람이 농촌에서 살겠다고 나선 것이며, 그것도 소를 키우겠다고 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사치로 보였기 때문.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 바로 이웃과 동고동락 하려는 마음가짐 입니다. 도시생활할때의 직분을 벗고 집을 짓기 전, 그 마을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웃과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것이 귀촌의 첫번째 조건이지요"

 

그렇게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정 씨의 단촐했던 농장이 이제는 제법 큰 농장으로 변해 있다. 한우만 110여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행정관청에서도 성공한 귀촌사례의 모델이라고 치켜 세운다.

 

"오늘이 있기까지 무엇보다도 아내의 격려와 도움이 컷지요. 아내가 없었던들 꿈도 못꿀 현실입니다. 특히,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자녀(2남2녀)들을 훌륭히 키워 준데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요"

 

정 씨의 하루는 새벽 5시 기상부터 시작된다. 5시에 기상하여 농장관리에 나서면 어느새 점심때가 된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소에게 사료를 급여할 준비에 나서 오후 5시∼6시 사료를 급여하고 나면 파 김치가 된다.

 

정 씨의 생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년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문화관광축제에 빛나는 김제지평선축제의 제전위원장을 8년째 맡으며 지평선축제를 반석위에 올려 놓은 장본인이다.

 

부인 역시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선하고 전북 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거친 그녀는 남편과 함께 일 하면서도 30여년 동안 꾸준히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노년에 한가롭게 유유자적 하면서 지내는 것 보다 힘 닿는 한 지금처럼 땀 흘리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자식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제일 흐뭇하지요"

 

실패 후 좌절하지 않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그려가고 있는 모습이 징게멍게 넓은 지평선 너머로 저무는 붉은 태양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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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우 dw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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