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워도 다시한번'서 반항적인 재벌2세 역
184㎝의 호리호리한 몸매는 목에 길게 두른 스카프와 무거워 보이는 군화를 잘 소화해냈다. 웬만한 사람은 결코 쉽게 소화할 수 없는 패션도 그를 만나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원래 몸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어깨가 넓고 타고나길 호리호리하거든요. 패션은 잘 모르겠는데 몸에는 자신이 있어, 몸매를 잘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몸에 붙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수줍어하는 듯하면서도 당당했다. 그는 화면에서는 도드라지지 않았던 매끈한 몸매를 뽐내며 나타났다. KBS 2TV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반항적인 재벌 2세를 맡아 까칠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탤런트 정겨운(27)을 만났다.
"패션쇼 무대에 선다는 것이 너무 근사해 보였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를 홀로 걸어나가면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모델의 카리스마에 흠뻑 취했죠."
아니나다를까 그는 2001년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같은 모델 출신 배우 김남진을 닮은 외모 때문에 초반에는 김남진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모델들이 저를 김남진 씨로 오해해 스스럼없이 말을 걸다가 자세히 보니 아니어서 사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웃음) 또 실제로 김남진 씨 대타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구요."
모델 생활을 하던 그는 군 제대 후 2004년 우연한 계기로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 별'에 발탁됐다. 그와 정경호 등 다섯 명의 신예가 출연한 드라마다.
"당시 대만에서 '꽃보다 남자'의 F4가 뜰 때였어요. 우리도 그런 작품 한번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었는데 5년이 지난 올해야 나오더군요.(웃음)"
'행복한 여자', '달콤한 인생', '태양의 여자' 등의 드라마를 거치며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져온 그는 '미워도 다시한번'을 만나면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주목받고 있다. 5년의 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 연기력도 다져진 상황에서 스타일리시한 배역을 맡아 정겨운만의 매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기하는 민수는 엇나가는 재벌 2세다. 고등학교 때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비뚤어지기 시작한 그는 부유함을 무기로 재력과 스타일을 겸비한 카사노바가 돼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윤희(박예진 분)를 만나면서는 진정한 사랑에 눈뜨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다.
"민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비뚤게 나가지만 멍청하지는 않고, 순간순간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죠. 감정 표현에 확실하면서도 약한 면과 강한 면이 공존하는 인물이에요. 진정한 사랑이 뭔지 깨닫고 나서는 순정을 다 바치기도 하는 멋진 아이죠. 기본적으로 재물복, 인물 복이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인 만큼 연기하는 데에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솔직히 민수를 연기하는 게 버거웠고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각오도 했고 준비도 했지만 민수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민수는 여러가지 성격을 다 가진 인물이라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역입니다. 타락했다가 사랑을 통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술을 마시는 연기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힘이 들었어요. 민수의 변화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배우가 몇 배로 노력해야 하잖아요. 초반에는 아무 생각없이 즐기는 카사노바라 즐거웠는데 요즘은 촬영장만 가면 고통으로 우는 연기를 펼쳐야 해 좀 우울해요.(웃음)"
그의 이름은 본명이다. 예명일 것도 같고 여성성이 강해 사춘기 때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지어주신 한글 이름이에요. 아버지께서 자유분방하시고 낙천적인 성격이신데 그게 저와 제 동생의 이름에도 묻어나요. 남동생 이름은 정도운이에요. 남을 돕고 살라는 뜻이래요.(웃음) 데뷔할 때는 이름을 바꿔볼까도 고민했는데 요즘은 이름 덕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으시더라구요."
정겨운은 "얼결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서 "연기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직업이고 하면 할수록 점점 좋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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