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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각 앵글에 담은 '일제 잔재'

재일교포 서영일씨 사진전 'That Day, That time' 군산 정갤러리

앵글 뒤에 깔려 지나가는 무겁고 냉엄한 역사적 사건들을 남기고 싶었다.

 

거리 속에 파묻혀 스냅 사진을 찍다가 홀연히 모습을 감춘 지 3년.

 

기나긴 침묵 끝에 사진의 현장에 도착했다.

 

30일까지 군산 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재일교포 서영일씨(59)의 사진전 'That Day, That time'.

 

"사람들이 여기 와서 두 번 놀란다고 합니다. 서영일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에, 재일교포가 한국말을 잘 한다는 사실에 놀란다구요."

 

지난해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전시실에서 열었던 사진전'사진으로 돌아온 재일동포 1세'에서 풍경으로 옮겨졌다. 그에겐 일제 잔재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군산, 나주, 광주 등 막연한 기대감으로 일제 잔재의 건축물들을 찾아 나섰다. 곡창지대였기에 일본인들의 착취가 유독 심했던 지역과 호남선 일대를 중심에 두고 작업해 22점을 추렸다.

 

무너져가고 있었던 군산 월명동의 일본식 가옥. 기와는 비·바람에 방치돼 군데 군데 이가 빠졌고, 큼지막한 창문이 깨진 틈새로 신음을 내고 있었다. 바람결에 뒤틀어진 문소리가 삐걱거리는 그곳을 보면서, 망치를 얻어맞은듯 정수리에서 불꽃이 튀었다고 말했다. '찰칵'순간의 찰나는 곧 역사로 기록됐다.

 

호남선 철도 종착지이자 출발점이었던 목포. 일제 수탈 기관의 대명사였던 옛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보는 순간 마음이 '꽝' 내려 앉아 '목포의 눈물'을 떨구게 만들었다. 느슨한 세월의 연줄이 또다시 앵글에 담겼다.

 

그는 필름 카메라로 찍고, 직접 현상·인화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몇날 며칠을 기다릴수록 앵글의 진실은 설레임과 함께 깊이를 담게 됐다고. 지난해 전시를 위해 발품을 팔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수월했다. 쉽게 말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재일동포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사진촬영을 거절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던가.

 

"호남선과 맞닿았던 경인·인천 지역을 다니고 있습니다. 2~3년 안에 국내의 현대사를 아우르는 풍경전을 한 차례 더 갖고 싶어서요. 역사의 모퉁이에 서 있었던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전시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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