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더 밝게, 더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요"…18년차 베테랑…유치원교사협의회장 활동
26일 오전 8시. 그는 이미 유치원에 와 있다.
곧 이어 교실에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는 아이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해경씨(43·용봉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가 이곳에 매일 일찍 나오는 이유는 딱 하나. 교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유치원 교사 하면서 편하려고 한다거나 돈 벌려고 생각하면, 그건 얘들한테 죄짓는 거죠."
단호하게 내뱉는 한 마디. 이씨는 18년째 되는 베테랑 유치원 선생님이다. 집에서 죽어라 말 안 듣는 아이들도 그의 손에 붙들리면 의젓해진다. 제멋대로 까불다가도 그의 말에 순한 양이 되곤 한다. 사랑으로 다독이는 인기 만점 그만의 '토닥 기술'이다.
"공립유치원 선생님은 초등학교 선생님과 생활 패턴이 비슷합니다. 3∼5세 아이들 15명을 맡고 있는데, 어지간한 체력이 아니면 버텨내질 못하죠. 제가 좀 씩씩하고 건강해요."
'팔방 미인' 그는 7년 전 남편을 돌연 떠나 보냈다. 의사는 암으로 투병했던 남편의 여생을 3개월 장담했지만, 그는 3년간 곁을 지켰다. "자신을 많이 성장시켜 준 시간"이라며 "자연과 더불어 가까이 사는 법을 많이 보고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초록강좌와 지리산 둘레길 걷기, 만경강 보트 탐사 등 도내 환경운동은 거의 다 꿰고 있을 정도.
"내수변 인근에 가보면 다슬기가 삽니다. 1급 수질이란 뜻이죠. 검은 물잠자리가 달뿌리풀 군락을 타고 올라가는 '작은 소동'도 관찰할 수 있어요. 설명해주면 똘망똘망한 아이들 눈빛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람 느낍니다."
첫 발령지였던 부안 내소사 인근 석포초교(당시 분교)는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몰린다는 곰소항 일대, 채석강, 새만금 전시관 등 각종 문화자원이 몰려 있어 참 좋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부안 일대 현장학습마다 학부모들을 도우미로 동행시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맞벌이 부부로 바쁘거나, 조손 가정 아이들의 경우도 예외가 없다. 하다못해 부모들과 김장이라도 담그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했다. 그의 열성에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결혼 이후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운영했던 경험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척척' 내놓을 수 있도록 돕는 근간이 됐다. 늘 준비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전주대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져 고민 끝에 선택한 결정.
유치원교사협의회장이기도 한 그는 특유의 적극성과 붙임성으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은 늘 어디서나 그의 차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수성을 깨울 수 있는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세상은 언젠가 열심히 사는 사람들 편에 손을 들어 줍니다. 나로 인해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밝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은 거잖아요. 더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박예분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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