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도구를 연상케 하는 꼬챙이처럼 생긴 내시경 장비와 투박하게 생긴 현미경, 수십여개의 안경알을 담고 있는 시력검사 장비.
한국전쟁 뒤 초임의사의 월급을 9만환으로 정한 문서와 예수병원 설립자인 마티 잉골드 의사가 입었던 옷과 신발, 그가 사용했던 의료장비 등.
구한말인 1898년 문을 열어 올해로 개원 111주년을 맞는 예수병원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예수병원의학박물관이 전국 민간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전문박물관에 등록됐다. 의학박물관은 사료전시실 개념으로 지난 1998년 예수병원 부설 기독연구원 2층에 300㎡ 규모로 문을 연 뒤 명실상부한 한국 근현대 의료 역사의 흐름을 담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7월 31일 전북도의 전문박물관 허가를 받은 것이다.
한창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의학박물관에는 근현대 의료 역사와 예수병원을 일군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투영돼 있었다.
1대 병원장인 마티 잉골드를 시작으로 12대 병원장을 역임한 설대위(데이비드 씰)의 유품과 문서 등이 눈을 끌었다. 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근대화의 과정을 지나기까지 열악한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헌신한 의사, 간호사들의 사진과 생애를 비롯해 20세기초반 예수병원과 지역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돼 있다.
과거의 의료장비 역시 흥미를 돋웠다. 지금의 의료과학 수준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최첨단 장비로 사용됐을 내시경, 청진기, 수술장비 등이 시기별로 전시돼 의학의 발달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 의료분야 목록에 등재된 마티 잉골드의 말 타고 왕진가는 사진(1898년), 방광 내시경과 요도 확장기(1930년대), 안과용 수술기구(1948년), 설대위 병원장의 종양 심부 치료 기록지(1955년) 등 희귀자료도 함께 전시돼 있다.
예수병원 김민철 병원장은 "의학박물관은 공공의료의 개념이 없던 시절 가난한 서민대중을 위해 헌신한 의사와 간호사를 기리는 장이자 우리나라 근현대 의료 발달사를 설명하는 공간이다"며 "앞으로 내시경, 현미경 등 병원이 보유한 과거 장비를 시대별로 전시해 의학 발달사를 설명하고 체험하는 공간도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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