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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관객들 심금 울린 '역설의 미학'

호남오페라단 제31회 정기공연 '나비부인'을 보고…치밀한 구성 아쉬워

설마 했던 염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면 취소됐단다. 막연했던 신종 플루의 위력이 공연준비를 위해 바친 내 여름을 쓰나미처럼 쓸어가 버렸다. 이해는 가지만 수긍은 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으로 호남오페라단의 정기공연 '나비부인'(11일~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보기 위해 모악당을 향했다. 의외로 소리전당 일대는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고 공연장 로비와 광장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운 좋게도 호남오페단은 마지막 티켓을 끊은 것인가? 이 공연 이후로는 이 광장이 몹시 어둡고 많이 적막해지겠지….

 

이렇게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사의 켯속이 '나비부인'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게이샤 쵸쵸상은 미 해군중위 핑커톤에게 순정을 바친다. 하지만 이 남자, 한 여인에게 정주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마초 근성의 양키일 뿐이다. 그가 첫눈에 반한 쵸쵸상은 한 마리 가녀린 나비와 같이 고혹적이어서 '나비부인'이라 명명한다. 그러나 핑커톤에게 이 나비는 '그 가냘픈 날개를 부서뜨려서라도 잡고 싶은' 한갓 충동의 대상일 뿐이었다. 통속적이고도 잔인한 사랑의 법칙, 그 덫에 채인 한 여인의 비극이 오페라 '나비부인'의 줄거리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는 언제나 슬픈 것인가. 극적인 부분에서 눈물을 훔치는 여인들이 목격된다. 만석의 객석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무대에 몰입한다. 역신 플루도 숨을 죽인다. 이만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호남오페라단이 20여년을 축적한 저력의 결실을 확인하는 공연이었다.

 

무대도 전반적으로 심플하고 무대영상기법으로 배경과 심리를 상징하여 가수들을 돋보이게 하였다. 비극이니까 무조건 슬퍼야 한다는 '감정과다'가 아니라 절제의 슬픔이 더욱 심금에 다가간다는 역설의 미학이 잘 구현된 깔끔한 지휘와 연출이었다. 그러나 간혹 그 디테일에 있어 서운함은 있었다.

 

오늘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 주눅 들어 산다. 서울 공화국의 힘은 압도적이며, 지방에 살면 낙오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울을 동경하고 정착하려 애를 쓴다. 그러니 문화예술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호남오페라단이 보기 좋게 한 방 날렸다. 이제 좋은 오페라를 보기 위해 서울 나들이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지성호(오페라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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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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