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사회팀 기자 임상훈
선거철도 아닌데 플래카드의 계절이 왔다. 완주군 곳곳에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한 갖은 구호를 담은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다. 일부 도로는 플래카드 도배라고 표현할 정도로 찬성과 반대에 관한 구호가 넘쳐나고 있다.
다른 행정구역으로 살아 온 두 자치단체와 그 주민들이 한 자치단체로 통합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고, 통합 여부에 대한 결정은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완주군의 도로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 속 구호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구호가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그래서 주민갈등을 부추기는 구호들이 눈에 띈다.
'전주-완주 통합은 전주의 완주 식민지화 술책'이라는 통합 반대측의 구호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두 자치단체의 통합과 관련해 민족의 오래된 상처까지 들춰내는 것이 과연 어떤 득이 있을까 싶다.
찬성측 역시 마찬가지다. '통합만이 살 길이다'라는 짧은 구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제 고전이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구호같은 낡은 말도 있다. 왜 통합만이 살 길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서로의 이해득실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뱉어내는 거친 구호들 속에 피해를 입는 것은 주민들이다. "주민갈등 조장하는 전주-완주 통합논의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빌어 말하자면 '주민갈등 조장하는 무책임한 구호의 남발'을 찬성과 반대측 단체들은 중단해야 할 것이다.
구호는 짧은 말 속에 상징적인 단어를 담아 자신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호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대다수의 주민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될 것이다.
전주와 완주는 역사적으로 인접해 온 도시다. 주민들은 통합 여부를 떠나 서로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할 운명인 것이다. 일부 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주민갈등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낱말들을 뱉어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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