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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④벨리니의 '정결한 여신(카스타 디바)'

인간의 오만함까지 정화해 줄 것 같은 '감동의 선율'…시칠리 민속음악, 예술음악에 동화

음악사 길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문득 들리는 벨리니의 '정결한 여신(카스타 디바 Casta Diva)'! 아름다워라! 애절하고 간절한 기도의 노래가 진한 감동을 준다.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Norma)'에 나오는 카바티나(서정적인 독창곡) '정결한 여신'!

 

빈첸조 살바토레 카르멜로 벨리니(Vincenzo Salvatore Carmelo Francesco Bellini)는 이태리 남쪽 섬 시칠리 태생으로 34세의 짧은 생을 살다 간 오페라 작곡가이다. 음악 선생님이자 작곡가인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음악 공부를 한 그는 열 여덟살에는 나폴리 콘서바토리에 입학하여 당시 유명한 작곡가 칭가렐리에게 배웠다. 재학중 이십대 초반에 오페라 '아델손과 살비니'를 작곡하여 당대의 가장 유명한 작곡가 롯시니의 후계자란 칭송을 듣기도 했다.

 

그는 4년 먼저 태어난 도니젯티와 함께 롯시니의 전통을 받아 베르디로 이어주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비록 34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그가 작곡한 오페라 10곡은 모두가 걸작으로 인정받는 명예를 누린 음악가이다.

 

벨리니 음악은 애조를 띤 표현의 우아한 선율이 매력적이다. 기품있으면서도 우수에 찬 선율은 많은 작곡가들에게 깊은 영향릉 주었으며 바그너, 고티에도 매료되었다고 하고 베르디도 고도의 성악적 기교가 있는 자연스런 표현에 감탄했다고 한다. 스트라빈스키는 아예 베토벤과 함께 '2대 B'로 칭송하기도 했다.

 

쇼팽이 피아노 음악에서 누리는 고귀한 귀족적 명성을 벨리니는 오페라에서 누렸다. 유려한 선율 뿐 아니라 음악 구성의 극적 내용까지도 둘은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한다.

 

기원전 1세기의 이야기를 극화한 오페라 '노르마'에서 주인공 노르마는 드루이드 지도자의 딸이자 여사제로서 정결서약을 했지만 점령국 로마의 총독을 사랑하여 아이까지 낳게된다. 그러나 그 총독은 노르마 휘하의 젊은 여사제와 다시 사랑에 빠지니…. '정결한 여신'은 드루이드인들이 총궐기하여 로마와 결사 항쟁을 하려하자 노르마가 정결한 여신 달에게 로마와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하며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노르마의 간절한 기도에 각 부분에서 조용히 접응하는 군중들의 합창도 감동적이다.

 

당시 이태리 오페라의 흥행 성공에는 가수의 역할이 컸기에 벨리니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곡을 했으며 작곡 당시 노르마 역은 벨리니와 우정이 각별한 파스타(1797~1865)가 맡았었다. 파스타는 당시 유럽에서 적어도 10년간 최고의 소프라노로 명성을 누린 가수였다.

 

음악사상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해 낸 작곡가 벨리니! '정결한 여신'은 가히 감동으로 가슴을 꽉 채우는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인 것이다. 그 벨리니의 노래인 것이다. 가사도 벨리니가 마음에 들어 할 때까지 여덟번이나 고쳤었다고 한다. 벨리니는 시칠리 민속음악을 예술음악에 동화시키며 아름다운 노래의 서정과 극적인 긴장을 균형있게,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선율을 반복하여 긴장을 고조시킨 후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이루며 듣는 이의 심금에 잊지 못할 감동을 주는 것이다. 높은 음역의 긴장을 호소력 짙은 콜로라투라로 꽃피우는 것이다.

 

'노르마'는 훌륭한 작품이면서도 공연이 드물었다. 절묘한 선율에 감정을 실어 노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1950년대의 세기적인 소프라노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노래하면서 다시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제는 삼각 관계의 세속 드라마에도 비교하며 아는 척하는 이들이 있으니 나름 대중성도 얻었다고 반겨야 할까?

 

진정한 아름다움의 향수는 우리의 감정을 정화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얘기처럼 '정결한 여신' 노래를 들으며 느끼는 감동은 우리들의 오만한 마음까지도 정화해 줄 것도 같다.

 

여보게 우리 이제 그만 다투세

 

이번 한가위에 본 보름달이 하나이지 않던가?

 

우리도 하나이니 함께 조화롭게 사세

 

아름다운 음악 들으며 평화롭게 사세

 

'노르마'의 내용을 몰라도 좋다. '정결한 여신'의 가사 내용을 몰라도 좋다. 들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면 아름다운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아름답고 유려한 노래는 우리 사회 갈등의 앙금을 씻어내 줄 것도 같다. 세상에 있는 얘기인 것을, 세상에 있는 노래인 것을….

 

정결한 음악이 세상에 가득하면 세상이 정결해 질 것도 같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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