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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계원필경집, 마침내 완역

한국고전번역원 최치원 전집 간행

현존하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문집. 더구나 저자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68-?)이다.

 

그럼에도 더욱 의아스런 대목은 이렇게 중요한 그의 문집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은 온전한 번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최치원 전문가인 장일규 국민대 박사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단 한마디로 대답을 대신한다. 단순히 글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시대 신라와 당나라의 정치ㆍ역사ㆍ문화에도 정통해야 한다.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이라는 까다롭기 짝이 없는 문체를 구사한 그의 문장은 난삽하기로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제1의 문호라고 할 만한 서거정도 "최치원의 문장은 이해할 수 없는 데가 많은데 그건 아마도 문체가 법도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토로했을까?

 

이런 최치원의 계원필경집이 마침내 국내 최초로 완역됐다.

 

과거 우리의 한문고전 번역에서 혁혁한 업적을 쌓은 민족문화추진위원회를 대체한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이 번역원 전환 이후 그 회심작으로 내세운 성과물이 계원필경집 역주본이다.

 

최치원의 글은 계원필경집과 고운집(孤雲集)이라는 두 가지 문집으로 정리돼 있다.

 

고전번역원은 이 두 가지 문집을 계원필경집 2권, 고운집 1권의 전 3권으로 내기로 하고, 최근 고운집과 계원필경집 제1권을 완간했다.

 

계원필경집 2권 또한 사실상 역주가 완료된 단계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내년에 출간한다.

 

역주는 올해 환갑을 맞은 고전번역원 국역위원 이상현(李相鉉.60)씨가 했다.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사 기자가 됐지만 1980년 강제해직 된 뒤에는 고전 연구와 번역에 투신했다.

 

두 문집 중에서도 계원필경집(전 20권)은 최치원이 신라로 귀국한 직후에 당나라에서 절도사 고변 휘하에서 문장을 담당하는 막료로 활동할 때 지은 시문 중에서도 시 50수, 문 320편을 최치원 자신이 직접 골라 엮어 신라 헌강왕에게 바쳤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제목 중 계원(桂苑)은 문장가들이 모인 곳을 일컫는 명사이며, 필경(筆耕)은 군대 막사에서 거주하면서 문필로 먹고 살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계원필경집은 고변을 중심으로 해서 숨가쁘게 전개된 당나라 말기 중국과 신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시대 양상을 고스란히 증언하는 제1급 문헌인 셈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계원필경집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계원필경집과 고운집 완역을 기념해 고전번역원과 신라사학회(회장 김창겸)는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강대 다산관에서 '국제인 최치원의 사상과 저술'을 주제로 내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장일규 박사와 김복순(동국대) 교수, 중국 난징사범대학 당인핑 교수, 일본 규슈대 하마다 고사쿠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최치원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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