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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영과 4대문복원] 과거로 여는 전주의 미래

① 역사복원으로 되살아나는 도시의 기억

은행 건물이었던 곳을 그대로 보존해 요코하마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위) 요코하마에는 미쓰비시가 운영하던 조선소 도크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desk@jjan.kr)

<<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한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현실이 답답하고 힘겨울 수록 사람들은 좋았던 시절 행복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특히 사회적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무한경쟁에서 지친 사람들과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지난날의 향수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

 

「역사사용설명서」(공존)의 저자 세계적인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에 의하면 역사를 불러오는 행위는 현재의 불안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고자 할 때, 혹은 현재의 가치관이 흔들릴 때,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대사회에 대한 불안으로 사람들은 과거로 회귀한다.

 

개개인이 모여 정치·경제·사회적인 활동 무대가 되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가 분명히 존재한다.

 

도시들은 나름의 꿈을 가지고 도시의 역사를 되살려낸다. 어떤 도시는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어 다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함이고, 어떤 도시는 현재의 삶 속에 과거를 불러다 놓는 것에서 나아가 경제적으로 도시 재생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하다.

 

그동안 개발이란 명목 아래 도시의 기억을 지워왔다면, 이제는 다시 기억을 되살려야할 때. 지금 전 세계의 도시는 도시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 건물터가 고대 궁궐 유적인 나니와 궁터 일부로 설계 때부터 궁궐유적 파괴 논란이 일어 유적을 지하에 보존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세웠다. (desk@jjan.kr)

▲ 전국적으로 붐 일어난 역사 복원

 

전라도 일원을 총괄하는 관아로 전주에 설치됐던 전라감영. 조선시대 전라도는 오늘날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제주도를 포함하는 곳으로 전라감영이 가진 역사적 위상과 정치사적 의미를 되찾아 전라감영의 땅 전북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자고 말한다.

 

현재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전라감영과 전주부성 4대문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가 진행한 문화디플로마 과정에서 만난 박희윤 일본 주식회사 모리빌딩 기획부장은 "개인적으로는 새만금 보다는 전라감영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며 "감영의 상징적인 부분만을 재현하는 부분 복원을 통한 현대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라감영 자리인 옛 전북도청사가 이전한 전라감영터가 전주라는 도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만을 복원하고 나머지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복합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전라감영 복원이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도시를 살리는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밖에도 국가사적지로 지정, 문화재복원 형태를 띄고 있는 강원감영은 현재 1단계 복원사업을 완료했으며, 경상감영은 경상감영공원으로 정비해 도심 속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청감영은 1994년 기존 감영터가 아닌, 새로운 지역에 복원해 이전 복원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감영 복원 이외에도 전국에서는 역사 복원 붐이 일고 있다. 이미 경기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남한산성을 2018년까지 완전 복원한다고 밝혔으며,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처럼 옛 서울역사의 역사·문화적 의미를 살려 세계적인 문화명소를 육성하기 위한 '구 서울역사 원형복원 및 문화공간화 사업' 기공식이 지난달 진행됐다.

 

세계적으로도 과거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새로운 박물관들이 해마다 문을 열고 있으며, 많은 국가와 자치단체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주무 부처를 두고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태평양전쟁 때 파손된 일본 도쿄역 복원은 530억엔의 막대한 예산만큼이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14년에 건립된 일본에서 몇 안되는 빨간벽돌 건물인 도쿄역은 2012년 3월까지 건축 당시의 모습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 일본의 도시 복원 사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사람의 기억에 의존할 수도 있고 눈에 보이는 역사유적을 재현함으로써 역사를 기억하게 할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복원과 재현이 힘을 얻고 있다. 전자의 경우 관련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됐을 때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400여년의 오사카 역사를 정리해 놓은 오사카역사박물관이 역사를 기억시키는 방법은 신선하다.

 

2001년 13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개관한 오사카역사박물관의 건물터는 고대 궁궐 유적인 나니와 궁터의 일부. 설계 때부터 궁궐유적 파괴 논란이 일었고 그 결과 건물이 들어설 궁터에 초석을 박지 않고 둘레에 특제 금속 파일을 박아 유적을 그대로 지하에 보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시관을 관람하는 방식은 박물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못한 관람객들에게 더 충격적이다. 7층부터 10층까지가 전시관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가 한층씩 관람하며 내려오는 형식. 오사카역사박물관 10층에서 상영되는 영상물을 보는 관람객들에게는 더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다. 영상물이 상영되던 벽면이 개방창으로 변하며 나라시대의 나니와 궁터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A.D. 1세기경에 만들어진 아레나 원형경기장은 오페라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일본 요코하마에 남아있는 미쓰비시가 운영하던 조선소 도크는 때로는 공연장으로 때로는 비어가든으로 변신하며 문화적 충격을 준다.

 

▲ 관련 전문가들의 시선

 

그러나 역사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붐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조영화 대경대학 건축리모델링과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는 "감영이 없는 도시는 관아를 복원하려고 할 정도로 감영이나 읍성 복원 붐이 일고 있다"며 "현재의 역사를 무시하고 과거의 것만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과 함께 복원을 위해 또다른 오늘의 역사를 없앤다는 게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열린 서울대 역사연구소 제3차 국내 학술대회 '복원과 재현-역사와 현재의 대면'에서 배영수 서울대 역사연구소장은 "요즘 전국 각처에서 유물·유적 복원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들 사업은 흔히 관광 상품화를 목적으로 경제성과 행정적 편의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유물·유적의 복원은 역사의 현재적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복원 정책, 복원의 방법론, 복원을 둘러싼 역사 인식론의 문제까지 역사학계가 검토해야 할 학술적 과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역사 복원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면 자칫 화석화된 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잘못 복원된 역사는 현 세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를 복원하는 도시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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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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