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연세대 인문예술대 교수
"전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원주 역시 역사도시입니다. 감영이 500년 동안 존재했던 조선시대 지방정치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통일신라시대 5소경 중 유일하게 한강이북지역에 있었던 역사도시입니다. 시민들도 이러한 역사에 대해 의식이 있었지만, 감영을 빼앗기면서 사라지게 된 것 같습니다."
1990년대부터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를 통해 원주학을 제창해 온 오영교 연세대 인문예술대학 사학전공 교수(연세대 원주박물관 관장). 그는 "원주지역에서는 과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 바로 강원감영 복원"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건물 복원의 대부분이 정자 하나 짓고 정려각 하나 지어주는 고건축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수준이지만, 강원감영을 단지 건물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단순한 건물 복원은 고양이 놀이터나 취객들의 배설구가 될 뿐이지요. "
그는 "시청 이전이나 신도시 형성 등으로 원주가 서쪽으로 발전하고 있고 현재 감영 자리도 슬럼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감영 복원의 의미는 크다"며 "원주 토박이가 30% 밖에 안되고 도시가 황폐화되면서 떠나는 사람이 늘고있는 상황에서 강원감영이 원주의 구심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화정책은 한 번 삐끗하거나 감정에 의해 하다보면 그 후유증이 큽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지만 강원체신청에 생각없이 감영 부지를 내어준 사례가 대표적이죠. 강원감영 역시 허허벌판에 짓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유물이나 유적은 현장에 있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교수는 "복원 규모는 합의가 필요하지만 역사학자로서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원감영은 역사적·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지역민들의 당시 자존심과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라감영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상징적으로 몇 개의 공간만을 복원하는 것은 너무 가볍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상징공간을 형상화하는 것도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형상화를 잘못하면 추상화가 될 수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지 못하고 일반인들에게 추상적으로만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그는 "전주는 문화를 활용하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며 "전라감영이 어떤 형태로 복원되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역사학자와 도시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역할이 다른 것처럼 작업 진행 단계에 맞춰 전문가들이 적절한 시점에서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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