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 만나는 공간…고유의 멋 살리며 재탄생
한옥은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숨결이 배여 있는 건축물이다. 그 동안 현대화의 물결 속에 살기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밀려났던 한옥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새로 완성된 한옥은 하나의 예술품. 단순히 옛 것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에 맞게 재탄생하고 했다. 여기에 한옥의 고유한 멋을 살리면서 생활을 위한 편리한 기능성도 가미되었다.
▲ 21세기 주목받는 아이템 부상
한옥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 한옥마을이 생기는가 하면 직접 한옥을 짓거나 집 구조를 한옥 스타일로 바꾸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한옥이 지닌 장점이 재조명되면서 '21세기 한옥'으로 거듭 태어나는 셈이다.
이미 전주에 한옥마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앞으로 경북 경주, 안동 등지에도 새 한옥마을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은 보존의 소리가 높고 특히 이곳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미와 정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게스트 하우스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한옥은 주거용 외에도 다목적으로 활용된다. 한옥이 지닌 장점을 업무에 접목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다. 한옥 건물에서 한복·예단을 거래하고 레스토랑·카페를 운영하는 것, 개인 스튜디오나 심지어 병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친환경적 건축이라는 점이다. 나무, 흙, 돌이 주재료인 한옥은 21세기 주택건축의 화두인 친환경 건축에 매우 근접해 있다. 건축재료가 자연적이다보니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콘크리트로 지은 집들에서 두통, 구토, 알레르기(천식,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새집증후군'에 대한 대안으로 한옥이 꼽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 불편요소 없애 새 주거환경 조성
"어머나, 근사하네요. 참 포근해요. 그런데 살기는 좀…." 어쩌다 멋진 한옥을 찾은 이들이 앞다퉈 던지는 말이다.
우리에게 한옥은 운치는 있지만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주택으로 각인돼 있다. '전근대적인 주거공간'이란 인식이 아직도 팽배한 것. 그러나 요즘 새로운 한옥들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옥의 품격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내구조를 간결하면서도 쓸모 있게 개조한 멋진 한옥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한옥은 배수 및 냉난방 문제, 불편한 부엌과 화장실, 빗물 처리, 답답한 안마당, 사생활 결여 등으로 근대화에 실패했다. 그러나 깊은 처마라든가 내외부 공간의 자연스런 연결, 친환경적 재료 등 한옥의 본질적 요소를 살리면서도 새로운 미감을 구현한 멋쟁이 한옥들이 잇따라 탄생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 전주에 전통한옥 즐비
전주에도 20세기 초반부터 근대적 건축양식과 전통한옥이 혼합된 한옥이 즐비하다. 현재 700여 채가 남아있는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은 전통문화특구로 지정되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한옥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다.
이러한 한옥이 전주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주시의 재정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 전주시에서는 전통 건축미와 주변지역의 경관 유지 및 보존을 위한 한옥건축물 수선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한옥건축물 수선비용 지원은 한옥이 가진 기능이나 미적 요소가 없는 규격화된 건축물을 양성에 치중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 짜임새와 비례감이 중요
현재 사용자에게 편리하도록 고친 개량한옥은 한옥이 갖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 전통을 훼손한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주의 한옥마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한옥의 품격문제이지 전통성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에 있어 원형이란 없다. 한옥의 고유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옥은 수공예적인 멋스러움이 주는 맛이 중요하기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체적인 짜임새와 비례감이 중요하다. 개량한옥은 기본적으로 기계 가공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공예적인 멋을 낼 수가 없다하더라도 한옥의 짜임새와 비례감을 놓치지 않는다면 개량한옥도 충분히 아름다운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한옥을 알리고, 생활공간으로서의 효율성과 장점을 전달하며, 현대적 삶을 담은 이 시대의 한옥이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다. 동시에 급속한 현대문명의 편리성과 개발논리로 인해 우리의 풍광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한옥을 어떻게 보존하고 현대 생활에 맞게 담아갈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를 제시해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든다. 많은 사람들이 전주를 찾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부분에 있는 것이다.
▲ 품격있는 한옥마을 조성 필요
이제 전주의 한옥마을을 좀 더 성숙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현대 생활의 편리성에 반영된 한옥을 소개하는 관광형 보고서가 필요하다.
개별한옥이 도시공간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 한옥의 내력과 특징 그리고 공간 및 부재별 개조 사례 등이 소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옥 전반에 걸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항을 사진, 도판과 함께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옥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광형 보고서가 만들어지면 건축인들은 전통가옥의 보존과 수리·신축에 대한 참고를 하기 위해 반드시 전주를 찾아야 할 것이고, 일반인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만남이 함께하는 공간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 것이다. 이것이 한옥을 컨텐츠화하여 세계에 알리는 전주 한옥마을의 책무이다.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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