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편의점 돌진 종업원 1명 숨져' '경찰서 화장실서 60대 민원인 음독 사망' '20대 남자, 1원짜리 동전 199개를 달라며 소란 피우다 30만 원 벌금' '술 취한 오토바이, 편의점 돌진 종업원 1명 숨져'
소설가 이명랑(37) 씨의 신작 소설집 '어느 휴양지에서'(문학에디션 뿔)의 첫 단편 '끝없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가족의 비극이다.
각종 사건ㆍ사고 소식에서 흔히 접하는, 뉴스에서도 크게 다뤄지지 않는 일들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연이라면 더욱 속이 쓰리다.
딸은 오빠의 야식집 계약금 때문에 대학 등록금을 날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차에 치여 죽는다. 엄마는 돈만 있었어도 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자책하다 보험금이라도 남기겠다며 농약을 마신다. 엄마와 동생을 잃고 남은 은행 잔고 199원을 보며 분개하던 오빠까지 오토바이 사고로 변을 당한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수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비극 속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단편 8편에 펼쳐지는 악몽 같은 현실은 끔찍하지만 웃음이 나오고 유쾌하면서도 가슴이 아린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웃음의 힘이다.
표제작 '어느 휴양지에서'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입영 영장을 받고 졸지에 병역 기피 혐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군 복무 기록이 없다는 병무청 직원의 말에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는 군 복무의 증거를 찾아 헤매지만 이혼한 전 아내에게서도, 사고로 죽은 후임병에게서도 증거를 찾지 못하고 혼돈에 빠진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해설에서 "이명랑은 지극히 훌륭한 익살꾼, 이야기꾼의 솜씨로 배를 잡고 웃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희비극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며 "생활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엿보게 하는 능력을 지닌 작가"라고 말했다.
276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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