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민음사 펴냄)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의 최신작이다.
'노동의 종말'(1995년)에서 "첨단 기술이 화이트칼라의 직장을 빼앗을 것"이라고 전망한 데 이어 '소유의 종말'(2000년)에서는 '접속'(access)이란 개념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설명했던 그가 이번 책에선 기후변화 등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는 우선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믿음을 부정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고통과 행복을 자신의 것인 양 느끼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감(empathy) 의식과 유대감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강하게 내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고대 신화적 의식의 시대부터 기독교 문명의 발흥, 18세기 계몽주의와 19세기 이데올로기 시대를 거쳐 20세기 심리학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공감적 특성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본다.
그는 인류가 기술적으로 진보할 때마다 공동체의 크기가 커졌고 인간의 의식이 확장됐으며 공감 의식도 촉진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산업사회를 지탱해주는 석유 등 값싼 화석연료가 빠르게 소진되고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공감을 계속 성장시키고 글로벌 의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길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실제로 IT와 인터넷 혁명으로 공감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이 끝났으며 세계가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오픈소스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무료 오픈소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꼽았다.
"경제활동은 더이상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전의를 다지고 벌이는 적대적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통하는 선수들끼리 힘을 합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험이다.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를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 경제 개념은 물러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나 자신의 행복을 증폭시킨다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에서 '윈윈 게임'으로, 폐쇄성에서 투명 경영으로, 이기적 경쟁에서 이타적 협업으로, 엘리트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분산 에너지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원제는 'The Empathic Civilization'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됐다. 이경남 옮김. 840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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