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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우정 깃든 음악 새롭나봐요"

1960년대 청년 문화의 산실인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C'est Si Bonㆍ프랑스어로 '매우 좋다'는 뜻). 이곳에서 1970년대 포크 음악사를 쓴 조영남(66)과 '트윈 폴리오'인 윤형주(64)와 송창식(64), 김세환(63) 등이 노래를 시작했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연휴,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세시봉 출신 가수들이 전파를 타자 반향은 신드롬 수준이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세월에 농익은 음악과 이야기에 눈물났다'는 젊은 세대의 글이 퍼져나갔다. 가수 비도 트위터에 "세시봉 선배님들 존경하고 또 존경합니다"라며 "좋아하는 노래를 하고 우정이 있다는 것. 오늘 눈물나는 노래와 말씀들 감동이었습니다"라는 감상을 올렸다.

 

악기 판매점이 밀집한 낙원 상가에서는 통기타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예스24 등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는 세시봉 가수들의 음반 주문량이 늘자 별도 코너를 만들었다. 새로 생긴 라이브 클럽들은 '세시봉'이란 간판을 잇따라 내걸었다.

 

40여 년을 뛰어 여러 세대를 아우른 감동을 반영하듯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의 전국 순회 공연 '세시봉 친구들'이 순항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7월까지 부산, 대구, 수원, 울산, 대전 등지를 돌며 공연한다.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과 15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가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의외였는데.

 

▲내가 토크쇼에 나간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냥 여럿이 나간다니까. 하하.(송창식, 이하 송)

 

▲이장희 씨가 울릉도에서 오면 함께 저녁을 먹곤 했지만 함께 프로그램에 나간 건 처음이었다. 대본도 없이 우리 이야기를 하고 노래했다.(김세환, 이하 김)

 

▲솔직히 반향은 예상 못했다. 하지만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사람들이니 방송 자체의 희소성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윤형주, 이하 윤)

 

--세시봉의 음악과 이야기가 세대를 아우른 호응을 얻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문화는 인간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요즘 음악이 대형화, 산업화되면서 그 밑바탕에 깔린 인간 관계가 상업적, 이해타산적이 됐다. 우린 돈에 민감하지 못했고 목적보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좋아하는 음악을 했다. 친구와 동지란 관계 속에서 음악에 우정, 유머, 철학을 담았고 그 우정이 40여년 동안 지속됐다는 점이 요즘 세대에겐 새로웠던 것 같다. 우리의 음악보다 사람 관계를 발견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또 '놀러와'가 젊은 세대 프로그램이니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을 법하다. 젊은 세대는 '부모님이 청춘 시절 저런 음악을 좋아했구나'라며 신선하지 않았겠나.(윤)

 

▲사실 우린 음악 활동을 계속 했고 포크 음악은 늘 존재했지만 이제야 여러분들이 찾아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그간 외면받은 것 같기도 하고. 함께 늙어간 팬들이 우리 노래에 목말랐던 것 같고 젊은 세대가 보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세대를 아울렀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김)

 

--세시봉은 각자에게 어떤 곳인가.

 

▲카세트가 나오기 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듣는 공간이었다. 그곳은 여느 음악감상실과 달리 무대가 있었다. 연주와 표현이 가능한 공간을 내줘 아마추어 뿐 아니라 기성 가수들도 찾았다.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통기타를 들고 이곳에서 팝송을 마음껏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시봉은 내 음악의 고향이다. 하지만 1960년대 10년간 그 자리를 지키던 세시봉은 1969년 문을 닫았다. 당시 생맥주란 상품이 개발돼 통기타가 주류 문화로 빠져들면서 무교동 세시봉에서 명동의 '오비스캐빈'으로 중심이 옮겨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윤)

 

▲1967년 세시봉 무대에 처음 올랐는데, 당시 개인적으로 무척 상황이 안 좋아 먹여주고 재워준다니 섰다. 그러나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가수로 데뷔했으니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곳이다. 난 원래 음악을 공부한 사람이니 음악의 고향은 아니더라도 대중음악을 그곳에서 시작했으니 큰 의미가 있다.(송)

 

--당시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나.

 

▲대학가에서 윤형주라는 노래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축제 때 초대받곤 했지만 1968년 트윈폴리오가 만들어지고 매체를 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윤)

 

▲1974-75년 TBC(동양방송)에서 가수왕을 두번 연속한 후 999만원 하던 압구정동 아파트를 샀으니 꽤 인기가 있었다. 하하.(김)

 

--통기타 문화는 음악사적으로 암울했던 당시 시대와 어떻게 교감했나.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정권 아래서 우리의 언어와 메시지로 노래한 것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태동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음악은 중요한 자산이다. 공산당도 이념에 맞는 음악을 만들듯이 진정한 민주화가 이뤄지는데 통기타 문화가 기여했다고 본다. 물론 우린 낭만주의적인 노래를 불렀지만 김민기의 '아침이슬' 같은 저항주의적인 노래도 있었다.(윤)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의 노래가 금지곡이 됐을 때 좀 속상했다. 히트곡이 규제를 당해 불편했지만 솔직히 난 불편해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난 당시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게 걱정이었던 사람이다. 하하.(송)

 

--이같은 관심이 포크 시대의 도래로 이어지길 기대하나.

 

▲포크 음악의 순수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영향은 있겠지만 포크 시대가 돌아온다고는 생각 안한다. 과거 엘비스 프레슬리의 외설적인 몸동작, 비틀스의 음악, 서태지의 랩과 의상이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음악은 유행이고 유행은 스커트 길이처럼 흘러간다. 당시 우리도, 작곡가가 만들어준 곡을 지휘자의 사인에 맞춰 노래하던 최희준, 패티김, 이미자 등 전 세대 선배들이 보기에는 기타 한대로 음악을 만들고 화음을 내니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당시로는 혁명적이었다.(윤)

 

--노래할 때마다 여전히 새롭고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

 

▲요즘 많이 부르는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 '웨딩 케익' '더욱더 사랑해' 같은 곡이다.(윤)

 

▲어떤 분위기에서 노래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다르니 지금도 아끼지 않는 곡이 없다. 난 슬픈 노래보다 즐거운 노래가 더 좋다.(김)

 

--지금의 가요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시대는 모든 게 빨라졌다. 노랫말에 '짝사랑' '기다림'이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스턴트식 감정, 만남, 사랑이 난무하고 고뇌하고 번민하는 사랑이 없다. 단물 빠지면 뱉는 식의 노래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뭘 배우겠나. 음악은 메시지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인격적인 책임감, 사명감을 갖고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겠다. 잘 만들라고 하고 싶다. 잘 만든 노래는 생명력이 길다. 물론 우리가 생명력이 길다고 생각 안하지만 우리는 화음을 40년간 재현할 수 있다. 내가 송창식을 만난 지 44년째니까. 하하.(윤)

 

▲아날로그 세대인 기성 세대, 디지털 세대인 젊은 세대가 서로의 음악을 이해해야 한다. 요즘 음악이 댄스 음악에 치중해서 그렇지 사실 좋은 음악도 많다. 그러니 각자의 입맛에 쓰다고 나쁜 노래는 아니니 서로 담을 쌓을 필요는 없다.(김)

 

--음악인으로서의 꿈이 있다면.

 

▲난 꿈은 다 이뤄 마음이 편하다. 학창 시절 학교 등록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했는데 40여년 간 내 본업이 될 줄 몰랐다. 내 친구들은 정년퇴임해 연금을 받는데 여러분의 사랑으로 보낸 40년에 자부심이 있다.(김)

 

--세시봉 친구들이란.

 

▲윤형주 씨는 나와 40여년 간 노래했으니 보통 인연이겠나. 또 조영남 씨는 내가 맨 처음 팝송을 부를 때부터 같이 노래했으니 개인적으로 의미 깊은 사람이다.(송)

 

--언제까지 무대에서 노래할 것인가.

 

▲식물인간이 아닌 채로 살아있는 한 노래하겠다. 하하.(송)

 

▲나도 사는 날까지 열심히 노래하고 싶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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