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 적용 취업률 높일 터"
IT와 하나님.
고건 전주대 총장(63)을 이해하는 '열쇳말'이다.
20일 전주대 제12대 총장에 취임한 그의 임기는 2015년 8월 31일까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28년간 재직한 그는 우리나라 '컴퓨터 공학 1세대'이다.
그는 저출산·고령화·정보 혁명·세계 경제 재편 등 격변기에 전주대의 교육·연구·행정 등을 혁신하는 데 자신의 풍부한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 통신) 기술이 자산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교육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학생들을 품는 교육이다. 건학 이념이 '기독교 정신의 구현'인 전주대에 맞춤한 총장인 셈.
그는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경기중·고와 서울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과 국가정보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 서울대 중앙교육연구전산원 원장·컴퓨터공학부 학부장·학술정보원장 등을 지냈다.
취임식이 끝난 20일 오후 전주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 전임 이남식 총장은 전주대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동시에 '스타센터' 건립 등 외형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전임 총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 이남식 총장은 재임 시절 많은 일을 하셨고, 학교도 많이 변화됐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일을 안 하면 평화롭지만, 일이 진척되면 구성원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꾸로 얘기하면, 전주대가 상당히 발전하고, (이남식 총장이) 많은 일을 했다는 방증입니다. 변화가 있는 곳엔 긴장이 있고, 긴장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신호입니다.
▲ 총장님은 우리나라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에서 28년간 교수로 재직하셨습니다. 지방 사립대인 전주대는 객관적으로 서울대에 못 미칩니다. 총장님은 전주대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우리 사회는 많은 젊은이들의 다양한 재능과 헌신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모든 직업은 하나님이 각 개인에게 소명으로 주신 것이기 때문에 우열이 없고, 모두가 귀합니다. 농어촌의 일거리가 대기업 일거리에 못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방 사립대인 전주대는 객관적으로 서울대에 못 미친다'는 말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입니다. 예컨대 전주대의 한식조리특성화 사업은 전주 지역의 특성을 살린 분야로 서울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전주대는 또 서울대에는 없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첫째, 전주와 전라북도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정이 많은 대학입니다. 둘째, 서울대와 달리 건학 이념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대학입니다. 이상적인 교육은 교수와 직원들이 기독교적 이념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품는 교육입니다. 제도와 조직만 가지고 교육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 총장님 전공은 컴퓨터공학입니다. 만약 '나는 총장이다'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총장님은 무엇으로 '청중 평가단'(교직원·학생·지역 사회 등)의 마음을 끌 건가요?
- 우리 시대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게 정보 혁명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변화로는 저출산·고령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자본주의 4.0이 있고,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 위기에 따른 경제 재편이 있고, 공산권 붕괴 이후 중국이 자유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용 문제가 큰 고민거리입니다.
이러한 외풍 속에는 혁신에 대한 요구가 있습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 행정도 앞으로 많은 변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컴퓨터 공학 1세대로서 세계 문명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왔습니다. 제가 전공한 IT 기술은 전주대가 혁신을 이루는 데 큰 자신이 될 겁니다. 저는 교회 장로이기도 합니다. 변화의 시기에 제일 중요한 게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단합입니다. 저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전주대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단합해 변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헌신할 계획입니다.
▲ 전주대 홈페이지에 나오는 총장 인사말에는 '지역혁신의 중심대학, 지식기반센터로서의 역할'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가요?
- 대학교에는 많은 연구 인력과 연구 시설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지역에서 행하는 연구 개발이나 신산업 생성, 근본적인 동력을 만드는 데 전주대가 싱크탱크(think tank)와 브레인(brain)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지난달 25일 교과부가 공개한 '201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주대는 '나'그룹(2000명 이상 3000명 미만) 32개 대학 중 26위(48.1%)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조사가 공정했다고 보시는지요? 전주대 졸업생 2명 중 1명이 '백수'가 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복안은 있는지요?
- 이번 조사에 약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립은 국립끼리, 사립은 사립끼리 평가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어떤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 내 단기 근무자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업률 산정 기준이 명료해야 합니다. 취업률 조사 항목에서 세분화되지 않거나 애매한 것까지 산정한다면 취업률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이번 기회에 아주 세분화된 항목으로 정형화해야 합니다.
전주대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 트랙(Star Track)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소수 정예 학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자격증과 시험을 준비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타 T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신입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학생 스스로 주도적으로 미래 커리어를 쌓기 위한 활동을 하도록 멘토링하고 격려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토플·토익 점수가 필요하면, 포인트 인증을 해줘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장학금을 주고, 해외여행 기회도 줍니다.
스타 넷(Star Net) 프로그램은 전공 분야마다 취업할 수 있는 회사를 교수나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 알선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전주대 교수와 교직원들은 밤낮 없이 회의를 하고,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 교과부는 지난 5일 '2012학년도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 평가 결과 및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 수는 2012학년도 64만2183명, 2013학년도 57만5831명, 2018학년도 55만6630명, 2021학년도 47만2701명 등으로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2015년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 정원을 초과하는 현실에서 전주대의 구조조정 방향과 기준은 무엇입니까?
- 전주대는 10년 전부터 저출산을 미리 예견하고,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해왔습니다. 2009년 이전에 학생 정원을 302명 줄이고, 올해도 보건 계열에서 10명을 줄였습니다. 정원을 3280명에서 2812명으로 감축한 셈입니다. 그 사이 직원도 절반 정도 줄여 몸무게를 뺐습니다.
앞으로는 학과별, 단과대학별로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본부 측에서 지원할 작정입니다. 비전(Vision) 2020 마스터플랜을 만들기 위해 현재 TF팀도 가동 중입니다.
▲ 총장님의 역할 모델은 누구이고, 전주대가 앞으로 벤치마킹할 대학을 꼽자면 어디인가요?
- 한동대 김영길 총장입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척박한 여건임에도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우수 대학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 경쟁력도 갖추었습니다. 이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한동대도 건학 이념이 기독교 정신입니다. 한동대에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단시간 내에 최상위권 대학으로 우뚝 섰느냐'고…. 교수들이 100% 투철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학생들을 그냥 학생으로 대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영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교육 공급자 입장이 아닌 학생들 눈높이에 맞추고, 그들의 장래를 위해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가르친 결과라고 들었습니다. 전주대도 한동대처럼 지역 대학, 기독교 대학, 사학으로서 많은 점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 마지막으로 까다로운 질문 하나 던지겠습니다. 블로그 '버둥거리는 비엔나 소시지'(http://iiai.blog.me/) 운영자는 지난해 5월 12일 그의 '사이비과학 탐험' 게시판에 '창조과학회 고건 교수의 타임지 왜곡-타임지가 전혀 비판하지 않은 진화론의 문제점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총장님이 미국 타임지가 전혀 비판하지 않은 진화론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는 내용인데요. 이 블로거 주장에 대한 총장님 의견이 궁금합니다.
- 저는 몇십 년 동안 너무 바빠서 (드라마) '대장금'도 본 적이 없고, KBS 뉴스도 거의 못 봤습니다. 실제 그 블로그도 못 봤습니다. 타임지에는 친진화론 기사도 실리고, 반진화론 기사도 실립니다. 실제 갤럽 여론 조사 결과, 미국 시민들은 '진화론을 믿는다'가 33%, '(진화론은) 엉터리다'가 33%, 또 20몇%는 '양쪽을 단언할 정도로 깊이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 블로거가 틀리다, 옳다 해봤자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고, (타임지 기사에 대한) 제 글도 간접적인 해석일 뿐입니다. 이 문제는 타임지 기사를 보고,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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