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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았던’ 농촌 공동체를 꿈꾸다

장현우 시인‘귀농 일기’출간

2010년 11월 31일. 그 해 처음으로 눈보라가 춤을 추듯 왔다. 겨울 초입, 임실에서 펼쳐진 때아닌 진경이었다. 그 무도는 겨울 내내 이어졌다. “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다 겨울을 다 보냈다”고 할 정도였다.

 

‘고향을 떠나 나도 모르게 뛰어서 출근하는 전철역 어디쯤에서 내 얼굴을 잃어버렸을까’(시 ‘반명함 사진’ 중에서) 고민하던 장현우 시인(46)이 임실로 들어온 것은 2008년.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그가 예행 연습 없이 지은 대추·매실 농사는 이상 기온으로 번번히 실패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나마 시집 한 권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늦깎이 등단 5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귀농 일기(모아드림)’는 각박해진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착하게 살았던’ 농촌 공동체 복원을 마음 속 화두를 끄집어낸 시집이다.

 

‘방앗간 형님은 찹쌀 한 말을, 오십줄 노총각 뒷집 형님은 맥주와 소주를, 과수원 형님은 수박과 참외를 들고 나온(시‘백중’ 중에서)’ 백중의 옛 풍광은 농촌 공동체의 따뜻함과 순박함에 대한 그리움이다.

 

대개 시인들이 농촌의 현실을 그려낼 때면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을 받기가 쉽다. 농사를 생계 수단으로 치열하게 하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시인이 나서서 농사 얘기를 한다는 게, 빤한 서정으로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할 것 같아서 식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은 ‘지금, 여기’의 농촌의 현실을 모호한 언어나 의미의 과잉을 불러올 것 같은 언어 대신 담백한 언어로 그려냈다. “시에 욕심이 없고, 담백해서 좋다”,“참 맑다” 등 축하를 받은 시인은 “그래도 읽을 만한 갑다”고 위안했다.

 

시인은 말미에 “홀태나 산태미 똥장군 등이 물고 있던, 가난했지만 살만했던 날들이 돌아올 지 만무하지만 나는 생활의 뒷전에 내몰린 이것들과 씨줄날줄로 얽혀 물렁하고 약아빠졌고 그러면서도 헐거운 세상을 단단히 동여매려고 한다”고 썼다. 연민·진정·사랑으로 열심히 살아라 도닥거려 주는 그의 시로 인해 겨울이 따뜻해질 것 같다. 전남 고흥 출생인 시인은 2008년 ‘문예연구’로 등단했으며, 전북작가회의 와 동인‘젊은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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