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 자료
<제시문> 제시문>
(1) 돌연한 득의는 웃음이라고 불리는 '얼굴의 일그러짐'을 일으키는 정념이다. 그것은 그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그들 자신의 어떤 갑작스러운 행동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어떤 흉한 일을 발견하고 비교하여 갑자기 자찬(自讚)할 때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서 최소한의 능력밖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일어나기 쉽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보고 스스로 마음 흐뭇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타인의 결점을 보고 대소(大笑)하는 것은 소심의 표시이다. 왜냐하면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본래 할 만한 일 가운데의 하나는 조소를 받고 있는 사람을 구하여 조소받지 않게 해주며, 자신을 오직 가장 유능한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홉즈 『리바이어던』)
(2) '웃음은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세계 전체에 관한, 즉 역사와 인간에 관한 진리의 기본적 형식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특수한 관점이다. 웃음을 통해서 우리는 세계를 새롭게, 진지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 못지 않게 심오하게(심지어는 그때보다도 더욱 심오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러므로 웃음은 진지성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위대한 문학 속에 들어올 수 있다. 세계의 어떤 본질적인 면은 오로지 웃음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라블레와 그의 세계』)
(3) 중세기 사람들은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는 종교와 봉건 제도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들은 웃음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억압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하였다. 바흐친은 이 점과 관련하여 19세기 초엽 보나벤투라라는 필명의 저자가 쓴 『야경꾼』이라는 작품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즉 이 작품의 화자는 "세상의 조롱과 운명의 조롱과 싸우는 데 있어 이 지구상에서 웃음보다 더 힘이 센 존재가 있을까? 만약 내가 용기있게 웃기만 하면 아무리 힘이 센 적도 이 풍자적인 가면을 보고는 겁을 집어먹으며 불행 그 자체도 내 앞에서는 뒷걸음친다"고 말하고 있다.
(김욱동 『대화적 상상력』)
<자료 1> 윌리암-웃음은 범부를 악마의 두려움에서 해방시켜 자료>
"웃음을 왈가왈부하는 데 당신이 왜 겁을 먹는 것이지요? 이 서책을 없앤다고 해서 웃음이 없어지겠소?"
"아니오, 결단코 아니오. 웃음이라고 하는 것은 허약함, 부패, 우리 육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웃음이란 농부의 여흥, 주정뱅이에게나 가당한 것이오. 지혜롭고 신성한 교회도 잔치나 축제 때는 이 일상의 부정을 용납하여 기분을 풀게 하고 다른 야망과 욕망을 환기시키는 것을 용납하고 있기는 하오. 허나 웃음이 원래 천박한 것, 범용한 자들의, 제 진심을 얼버무리는 수단, 평민을 비천하게 만드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어요, 사도들도 일찍이, 불에 타 죽는 것보다는 결혼하는 편이 낫다고 한 적이 있소이다만, 하느님이 세우신 천상의 이치를 어기는 것보다야 밥상을 물린 다음, 술동이와 술잔을 비운 다음 사악한 희문을 농하며 웃는 편이 나을 것이기는 하오. 바보로 왕을 세우고, 나귀와 돼지의 향연에서 제정신을 잃고 히히덕거리고, 경건을 떨며 농신(農神)의 제사를 올리는 편이 좋겠지요. 허나, 여기, 여기에는……."
호르헤는, 사부님이 펼쳐 들고 있는 서책 바로 옆의 서안을 치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웃음이 맡는 일몫이 왜곡되어 있어요. 이 서책에, 웃음은 예술로 과대평가되어 있고,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으로 과장되어 있어요. 이것이 철학이나 부정한 신학의 대상이 된대서야 어디 말이나 되는 노릇입니까?"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자료 2> 제 6 과장(第六科場) 양반춤 자료>
말뚝이 :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양반 3형제를 인도하여 등장)
양반 3형제 : [말뚝이 뒤를 따라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을 추며 등장. 양반 3형제 중에서 맏이는 샌님[生員], 둘째는 서방님[書房], 끝은 도련님[道令]이다. 샌님과 서방님은 흰 창옷에 관을 썼다. 도련님은 남색 쾌자에 복건(幅巾)을 썼다.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며(샌님은 언청이 두 줄, 서방님은 한 줄이다.) 부채와 장죽(長竹)을 가지고 있고, 도련님은 입이 삐뚤어졌고, 부채만 가졌다. 도련님은 일절 대사는 없으며, 형들과 동작을 같이하면서 형들의 면상을 부채로 때리며 방정맞게 군다.]
말뚝이 :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알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 :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 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3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자료 3> 씹고 뜯고 맛보는 정치 패러디. 꽃피는 하위 문화 르네상스 자료>
우리나라의 패러디 문화는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 이후부터 급성장했다. 시사 풍자 사이트 딴지일보와 디지털 카메라 정보교환 커뮤니티였던 디시인사이드가 주축이 돼 사진 합성, 음원 믹싱 등으로 다양한 패러디물을 만들어냈다.
그중 정치는 패러디계의 단골 소재가 되곤 했다. 딱딱하고 무거운 정치판과 유머의 결합은 성역을 허물고, 권력층을 씹고 뜯고 맛보기 좋도록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패러디에 발끈했다가는 '개그를 다큐로 받는' 소인배가 될 수 있어,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들기도 뭐하다. 이런 상황 하에 쑥쑥 자란 정치 패러디는 하나의 놀이요, 문화가 됐다. 개중에는 꽤 수준급의 작품도 나왔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은 영화 포스터에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이다. 패러디의 묘미는 원작과 얼마나 흡사하면서 허를 찌르는 차이점이 있느냐는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패러디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 진리. 불편한 진실은 패러디 문화가 정치인들의 실정과 과오를 먹고 쑥쑥 자라왔다는 점이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절로 나오고, 자연스럽게 개그로 승화시킬 수 있는 패러디 감이 넘쳐나는 정치판의 현실을 반겨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낄낄거리며 조롱한 뒤 남는 뒷맛은 늘 씁쓸하다. (오마이 뉴스 12.01.29 이현진)
■ 논제
1. 논술 논제
<제시문> 의 (1) (2) (3)의 차이점을 밝히고, <자료1> <자료2> <자료3> 의 내용과 관련지어 웃음의 역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 (900자 내외)* 보낼 곳; star21ch@hanmail.net 자료3> 자료2> 자료1> 제시문>
2. 면접 논제
패러디가 주는 웃음이나 단순한 개그맨들의 웃음의 차이에 대해 말해 보자.(6단 논법으로 짝꿍과 역할을 바꾸어 가며 해 보자.)
■ 논제 쟁점화하기
<제시문> 제시문은 웃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각기 다르다. (1)에서 홉즈는 자찬할 상황에서 웃음이 일어난다고 본다. (2)에서는 웃음이 심오한 철학적인 것으로 세계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한다. 반면 (3)에서 웃음은 인간의 영혼을 억압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센 존재로 보고 있다. 웃음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기능이 변화해 왔다. 이런 차이점을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고 <자료1> ~ <자료3> 의 상황에 맞게 연결하여 웃음의 역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자료3> 자료1> 제시문>
<자료 1> 호르헤는 웃음이 참된 세계, 곧 진리를 왜곡하고 세계를 우스꽝스런 것으로 만든다고 본다. 호르헤는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문으로 웃음을 바라본다. 그래서 호르헤는 웃음이 두렵다. 그러나 윌리암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웃음이 범부를 악마의 두려움에서 해방시킨다고 생각한다. 웃음의 역사적 변천사를 보는 듯하다. 자료>
<자료 2> 탈춤은 지역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다. 그러나 내용은 유사하다. 남성의 권위에 대한 항거, 양반들에 대한 조롱, 승려에 대한 풍자 등이 그렇다. 기득권에 저항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특히 양반춤 과장은 말뚝이의 조롱으로 관중은 웃음 바다에 빠진다. 통렬한 웃음이다. 조선 후기 기득권을 풍자하는 판소리와 탈춤이 흥행한다. 자료>
<자료 3> 인기 프로그램 '나가수'를 패러디하여 '나꼼수' '나하수' 등의 프로그램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정치권력도 어쩔 수 없이 웃게 만드는 이러한 패러디는 언론의 자유와 다른 매체가 감당하지 못했던 일들을 과감하게 풍자하고 있다. 용기 있게 웃는 웃음이 강한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풍자는 유머를 동반한 공격이다. 풍자는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며, 당대의 도덕적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그 귀착점은 삶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풍자와 위트, 아이러니를 동반한 패러디의 웃음은 힘이 세다. 자료>
■ 쟁점 파악하기
제시문은 웃음의 원인을 각기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웃음의 원인이나 역할은 다양하다. 이 논제에서는 <제시문> 에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료> 들에 나타난 상황을 연결하여 웃음의 원인과 그 효과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각기 다른 입장에서 <자료> 들을 <제시문> 과 연계하여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서 웃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일관성 있게 논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시문> 자료> 자료> 제시문>
■ 쟁점 확대하기
1. 웃음의 역할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 미소(微笑)·고소(苦笑:쓴웃음)·홍소(哄笑)·냉소(冷笑)·조소(嘲笑)·실소(失笑) 등이 있다. 또 웃음은 신체적 자극에서, 기쁨에서, 우스꽝스러움에서, 겸연쩍음에서, 연기(演技)로서, 또 병적(病的)인 데서 오는 것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웃음의 원인이나 종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① Th.홉스는 웃음이란 돌연히 나타나는 승리의 감정이라고 하였고, A.베인은 타인의 권위와 체면이 상실되었을 때에 느끼는 쾌감이라고 하였다.
② I.칸트나 Th.립스는 무엇인가 중대한 것을 기대하고 긴장해 있을 때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서 갑자기 긴장이 풀려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하였다.
③ A.쇼펜하우어는 어떤 관념과 관념이 불균형일 때 나타난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신사가 바나나를 밟고 넘어진다거나, 어린이가 어른 바지를 입었을 때 등이다.
④ M.베르트하이머는 만화를 보고 웃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닮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는 근사하게 닮았을 때의 감정이라고 하였다.
⑤ H.베르그송은 자유로워야 할 인간이 부자유한 기계와 같은 운동을 하였을 때, 즉 정신이 물질화하였을 때 웃음이 나온다고 하였다.
⑥ W.멕도갈은 애교있는 웃음은 상대에 대한 호의의 표시이며, 조소는 상대에 대한 가벼운 비판이라고 하였다. 이상과 같이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자스틴은 놀람과 기대의 어긋남, 우수(優秀)와 실패, 부조화와 대조, 사교적 미소, 긴장의 해방, 유희의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2. 패러디의 사회적 기능
한 작가의 스타일이나 기법 등을 흉내내어 원작을 우스꽝스럽게 개작하거나 변형하는 방법. 즉, 조롱하거나 우습게 만들려는 의도로 하나의 작품을 재편집하고 재구성하고 전도(顚倒)시키는 방법이 패러디이다. 그러므로 패러디는 특정 작품의 모방이되 원작과는 차이를 지닌 모방으로서, 원작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재기능화하는 방법인 것이다.
한때 패러디가 창조적 재능과 생명력 있는 독창성에 대한 교양 없는 적이라 하여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주체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패러디가 자기 반영의 중요한 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경구도 있듯이 역사상의 모든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전대 작품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가 중세 로망스를 패러디한 것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가 <오디세이> 의 서술 체계와 문체적 규범을 모방한 것이라는 점을 볼 때, 패러디는 문학적 관습 속에서 형성된 본질적인 속성인 것이다. 오디세이> 율리시스> 돈>
패러디는 비평적 아이러니의 거리를 가진 모방으로서, 전대나 혹은 당대의 지배적인 신념 체계에 내포된 허위의식이나 억압적 측면들을 폭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깊이 개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패러디에는 풍자와 위트, 아이러니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들 기법들에 의해 당대의 지배적인 담론 체계들은 희화적으로 흉내내어 조롱되거나 우스꽝스럽게 재현된다.
요컨대 풍자와 위트, 아이러니를 유발하는 패러디는 전대의 혹은 당대의 지배적인 신념 체계 속에 함의된 억압, 허위의식 등을 폭로하려는 예술가의 비판적 태도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그것이 모방하고 있는 텍스트나 담론 속에 내포된 관습들에 대한 반성적 사유의 산물로서 패러디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국어교육학사전>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국어교육학사전>
■ 기출문제
1. 논술
[2007 서강대 논술]
[문항 1 : 800∼900자, 배점 60%] 제시문 [가]~[라]에 나타난 '웃음'에 관한 두 견해의 특징적 논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의 '필자' 입장을 변론하라(단, [마]에서 추출할 수 있는 논거를 [가]∼[라]의 논거와 긴밀하게 관련지어 논술할 것.).
[2011 한양대 수시2차 인문계]
[문제] 제시문 <나> 와 <다> 는 지식을 각각 어떤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 지 700자로 설명하고(①번),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 에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2권에서의 '웃음'과 관련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700자로 논하시오(②번). 가> 다> 나>
■ 관련 도서
소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웃음』(베르그송), 『웃음』(베르나르 베르베르)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논제 : 자료 1의 '관용'과 자료 2의 '정의'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자료 3에 나타난 송시열이 택한 주장의 문제점 극복 방안을 자료 1의 '관용'과 자료 2의 '정의'를 활용하여 논하시오.(본보 1월 25일자 제시문에 대한 학생글)
1. 학생 논술문
관용도 정의가 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고질적인 문제인 붕당정치의, 당파싸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는 상례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다. 당시는 장자 중심의 왕조국가였고 인조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한 차자인 효종이 승하하면서, 인조의 계비였던 장렬왕후가 기년복(1년 상복)을 입어야 할지 아니면 3년복을 입어야 할지에서 비롯된 논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시열 선생이 서 있었다. 하지만 효종과 효종비가 상을 당했을 때 이에 대한 원칙이 정해져있지 않았다. 때문에 예송논쟁이 일어나게 되었고, 서인과 남인이 서로를 죽이는 파행적인 길을 걷게 된 것에는 서로에 대한 관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관용은 억압의 반대말로 내 신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념도 존중하여 상대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할 권리, 자유를 가진 동등한 인격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관용은 갈등을 적대적 대결로 몰아가지 않고 합의적 토의를 통해 공평하게 조정할 공간을 열어 놓는다. 정의는 원초적 입장에 따라 인간간의 협동조건 명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 및 도덕적 신념, 문화 형태간의 조정을 위한 규범을 정해준다.
송시열은 1차 예송 때 국제를 기준으로 삼아 기년복을 주장했다가 2차 예송 때 고례를 기준삼아 9개월로 고쳐 주장했다. 이것은 송시열이 1차 예송 때 기년복을 주장한 것은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가통으로 따졌을 때 장자가 아니라는 면을 들어 주장했지만 9개월로 고쳐 주장함으로써 일관된 기준이 아닌 자의적 기준을 설정해서 그의 주장은 일관성의 상실, 관용적 태도 결여라는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송시열은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기 이전에 자기가 속한 정당의 주장과 남인의 주장을 관용적인 태도로 인정해야했고, 왕조가 이러한 경우에 대한 원칙을 세워 주장들을 조정해줄 규범을 정해야 한다.
이소영(전주 솔내고 2학년)
2. 교사 총평
이번 논술문의 핵심은 '관용도 정의가 될 수 있다'이다. 관용이 정의가 될 수 없는 사회의 문제점을 밝히고, 관용이 정의가 됨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에 대해 얼마나 깊이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가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
이소영 학생의 글을 보면 두 번째 문단에서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잘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관용과 정의에 대해 설명보다는 정리된 요약으로 논제의 조건을 잘 만족시키고 있다.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이번 논술에서 요구한 것은 '관용도 정의가 될 수 있다'이다. 여기에 대한 자기의 주장을 펼쳐주어야 한다. 세 번째 문단에서 송시열의 주장이 자의적 해석이었음을 밝히면서 관용적 태도로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관용도 정의가 될 수 있다'라는 심도 있는 주장과 이유를 펼쳐야 한다.
△문제 해결력
인간 본연의 충돌은 인간의 불신에서 오는 것이다. 이번 논제에서 요구하는 '관용과 정의도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성' 중의 하나인 것이다. 타자를 인정하는 관용을 통해 다양성을 높이고, 평등의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도덕성을 이루는 것이 정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소영 학생은 왕조가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논술문의 해결방법은 타자가 아닌 내가 제시하는 것이다.
△문장력 및 표현력
첫 번째 문단의 설명은 거의 설명문에 가깝다. 첫 번째 문단의 내용은 세 번째 문단의 주장에 대한 간단한 요약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논술문이 설명문이 되지 않는다. 그다음 내 주장을 펼치고 주장에 대한 이유와 다른 사례를 들어 내 주장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임창범(완주 고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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