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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인가요?

이근영 삼도헌 운영실장

 

새벽강 은자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나 식당하고 싶은데 컨설팅 좀 해주라"

 

"왜 식당을 하려고 하는데?"

 

"음, 배고픈 사람들 밥해 먹이고 싶어서, 따뜻하게…."

 

"푼수!"

 

그랬다. 난 마흔네 살이나 먹은 푼수였다. '누구 밑에서 월급 받으며 눈치 보고 살기도 싫고, 장사해서 돈도 벌고 싶고, 여유 생기면 사람들에게 인심 쓰며 살고 싶다. 복 받으려고….'라는 말을 꿀꺽 삼키며 '난 이렇게 아량이 넓은 사람이다'라고 자랑 질을 한 것이다. 바로 작년까지도 난 이렇게 철이 없었다.

 

'재주 많으면 굶어죽는다'는 말을 무슨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달고 굶을까봐 전전긍긍하던 한심한 때도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재주가 많다'고 걱정한 것이다. 아주 지대로 웃기는 인사다.

 

참으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남들 앞에서 표현하기는 더 어렵다. 실존하는 '나'와 기대하는 '나',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나' 사이의 허영, 합리화, 위로 따위에 갇혀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하기 일쑤다.

 

이렇게 한심한 나한테까지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OOO는 어떤 사람이야?', 'OOO가 이 일을 맡으면 잘할 수 있을까?' 문화판의 조직과 단체, 새로운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뽑는 인선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글쎄'이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이다. 나와 똑같이 그 사람도 '현재와 미래의 자기 자신', '다른 사람이 보는 자기 자신'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북 문화판에 사람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정확히 말하면 '맘에 쏙 드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시장' 즉, 밥그릇이 커지고 다양해졌다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더불어 '예전보다 괜찮은' 일자리 또는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그 만큼 늘었다. '맘에 쏙 드는'과 '예전보다 괜찮은' 사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문화판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는 소리를 더 오래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기회를 찾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아, 당신은 자기 자신을 구별해서 설명할 수 있나요? 현재의 당신은 얼마만큼 왔는지, 미래의 당신은 얼마만큼 가고 싶고 갈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당신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고, 어떤 우려를 하고 있는지 등등을 말이죠. 혹시 캐스팅 권한을 쥔 사람들이 쓸데없는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잘 설명할 수 있나요?'

 

사족을 달자면 언변이 아무리 뛰어나고 말을 많이 한다 해도 한번 실천한 것만 못하고, 문화판에서 만큼은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하면, 나는 지금 식당을 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는 여전히 누구 밑에 있고 월급도 시원찮게 받고 있지만 작년에 '식당하고 싶다'고 말만 하던 거에 비하면 한 가지는 보완해서 실천하고 있다. 부엌을 편리하고, 흥미롭고, 예쁘게 만들고 있다. 언제라도, 누가 오더라도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해 먹을 수도 있고 해 줄 수도 있도록. 조금은 아쉽고 부족해도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으며 하나라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2012년 2월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2020년의 나는 아직 모른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더욱 모른다. 모르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욕먹을 일도 아니다. 당신의 건승을 기원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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