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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가 사는 세상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책이나 신문보다

 

스마트 기기가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그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출퇴근 시간의 8할을 지하에서 보내는 그는 가끔 자신이 두더지 같다고 생각한다. 낮과 밤의 시간개념을 상실한 지하철 풍경은 흑백영화처럼 지루하기만 하다. 이곳에선 서로에게 묻거나 답할 일이 거의 없으며 재미없는 농담이나 시답지 않은 얘기 따위는 더더욱 할 사람이 없다. 한 공간에 이토록 밀착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궁금한 일이 없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졸린 눈을 부릅떴다.

 

한눈에 봐도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마치 지하철 안이 거대한 스마트기기 천국이 된 것처럼 사람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가장 흔한 모습은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이들이 삭막한 도시의 모습을 지하에서 똑같이 재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혹은 도시의 잔재라 해야 좋을까? 하지만 지하든 지상이든 한번 발을 들이면 모두 새삼스러워진다는 것을 안다. 가장 낯선 것이 가장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녀가 느끼는 체감 나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마트기기를 쓰는 것이라고 이 지하세계는 말하는 듯하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혁신이라 찬미하고, 디지털 시대의 수준을 몇 단계 올려놓았다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마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세상을 바꾸었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영화 한편이 법정과 국회를 흔들었다고 광고하는 사람들처럼. 이제 '그'와 '그녀'는 지하철이든 어디든 책이나 신문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더 많이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모두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업무가 연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기기의 특징인 '동시 다중작업 수행(멀티태스킹)'이라고 일컫는데 언뜻 보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중 과업을 인정하라'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가족여행을 가도 제안서 검토 의견을 구하는 동료의 메일에 답장을 해야 하거나, 출장에 가서도 상사에게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독촉 받는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당신은 전화를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문자를 주고받고, 운전을 하면서 DMB를 시청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가? 그곳이 침실이든 화장실이든 강의실이든 회사든 상관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상사가 업무 시간 이후에 전화를 했다고 받지 않을 강심장은 과연 있는가? 스마트한 시대에 눈 뜬 사람이라면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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