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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과

이명박 대통령이 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과 관련한 촛불 시위 때 두 차례, 2009년 세종시 수정안과 2011년 4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때 한 차례에 이어 이번에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와 관련해선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사과다.

 

취임 후 벌써 여섯 번째 사과를 하다 보니 이 대통령 스스로도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재임중 친형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핵심 최측근들이 잇단 비리로 쇠고랑을 차면서 현 정권의 도덕성은 그야말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불과 10개월 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했던 이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깎아내렸다.

 

물론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비리로 적잖은 사회적 파문과 물의를 빚어왔다. 전두환 정권 때 친형 전기환이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을 강탈한 혐의로, 동생 전경환은 새마을본부 회장을 맡아 공금 7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노태우 정권 때는 6공 황태자로 불리던 처조카 박철언이 슬롯머신 업자에게 6억 원을 받았다가 징역형을 살았다. 김영삼 정권 때는 소통령이라고 불리던 차남 김현철이 한보그룹 비리에 연루돼 6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다. 김대중 정권 땐 장남 홍일과 차남 홍업 삼남 홍걸 등 세 아들이 이권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가 사법처리됐다. 노무현 정권 때는 형 노건평이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9억여 원을 받았다가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이 정권만큼 친인척과 측근비리가 전방위적으로 드러난 전례는 없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상왕(上王),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 방통대군으로 통하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王)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문고리권력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등. 이 대통령 임기중 구속되거나 사법처리된 사람만 모두 19명에 달한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할 날이 채 5개월도 안 남았다. 더 이상 친인척과 측근비리로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잘 보고 잘 뽑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자긍심과 국격(國格)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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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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