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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 템플스테이 - 비움, 아름다운 채움…산사에서 '깨달음'을 배우다

산사의 숲·계곡소리 들으며 예불·염주꿰기·공양 체험 /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 치유

   
▲ 금산사 템플스테이 힐링캠프에서 일감 스님이 참가자들의 경험담과 고민을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는 SBS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금시대의 여러 명사들과 함께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신개념 토크쇼가 유행을 하면서 일상에 '힐링(치유)'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올해 여름휴가의 화두 또한 '힐링'이 대세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지인, 연인, 가족과 함께 느림의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이 절실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는 힐링의 시간을 원하는 이들에게 아주 유익한 체험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이번 휴가철에는 산사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수행을 체험하고자 템플스테이를 찾아오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전북에도 선운사, 금산사, 송광사, 내소사 등 많은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템플스테이 1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완주 송광사에서 '가족 캠핑 템플스테이'를 개회하여 전국의 150여 가족, 6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금산사는 작년 9월부터 365일 템플스테이를 운영을 통해 힐링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 기자 또한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산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나를 힐링하기 위해 1박 2일 간의 금산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였다.

 

금산사는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산사체험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렸을 때 전주를 찾은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에게 숙소가 부족했는데, 이 때 절간에서 사람들이 지내게 되면서 템플스테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로 금산사템플스테이에 다녀간 이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많은 수기와 소개를 남기면서 더욱 알려져 올해 8월 휴가철에는 주말보다 평일에 인원이 더 많은 날이 있을 만큼 찾아오는 이가 늘었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한 달에 2회 정도 진행하던 템플스테이를 '매일 쉴 수 있는 곳,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365일 운영하기 시작한 이유가 이렇게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없는 측은한 마음에서다.

 

△ 일감스님의 내비둬콘서트 '나의 마음부터 내비 두세요!'

 

산사에 찾아오는 이들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자신 스스로의 삶 속에서 지친 마음과 몸, 그리고 복잡한 심정과 고민들을 비우고자 한다. 내면의 치유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번뇌의 마음을 들고 찾아오는 수많은 참가들 각각의 경험담과 고민들을 들으면서 작년 7월부터는 '나의 마음부터 내비 두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일감스님의 내비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사를 찾아오는 이들의 인생의 시행착오와 고민에 대한 스트레스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여름휴가철인 7월말부터 8월까지 매 주말마다 5번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프로레슬러 김남훈의 '가슴 뛰는 청춘들을 위한 이야기', 부모와 아이를 함께 생각하는 의사 서천석, 가수 조성일, 시인 신현수씨가 콘서트에 참여하였다. 마지막으로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오는 18일에 함께 한다.

 

혜천스님(지도법사)은 '쉰다는 것은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 비우고자 찾아온 산사의 생활도 결국 비우고자하는 욕심이 있다면 자신을 내버려두지 못하기에 비울 수 없는 것'이라면서 절의 예법, 도량, 수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저 자신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엄격한 규율과 질서로서의 수행을 강요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을 '내비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불교의 관습과 예법에 익숙하지 않는 세속인들이 절간에 머물다보면 많은 어려움과 수고로움이 있을 것인데? 라는 질문에 신행스님(지도법사)은 '만약 부처님이 살아 계시다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실까? 안하실까? 라고 물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불교가 단군 이래 우리나라에 가장 오래된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은 불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회와 너무 격리되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템플스테이는 한국불교의 고유의 문화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속세의 인연들과 함께 하기에 더욱 필요한 불가의 책무이다.'라고 답한다.

   
▲ 템플스테이 참가가들이 자유시간 중 스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산사의 하루, 나와 마주하는 힐링의 시간!

 

당신에게 이 소리는 무엇입니까?

 

차분한 산사의 아침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30여명의 인연들이 둘러앉아 스님과의 대화시간을 맞이한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일감스님(원장)은 좌종을 경건히 울리며 좌중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에게 이 소리는 무엇입니까?', '저에게는 그냥 종소리로 들립니다.', '저에게는 제 마음을 여는 소리입니다.', 'This Sound is...just like a Brightness.'. 참가자들은 제 각각 자신에게 고요히 울리는 좌종의 소리에 대한 반응과 느낌을 나눈다. '참선은 좌종 소리를 자신의 입장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입장으로 듣는 것이다. 그래서 이 울림은 그저 좌종소리가 아니라 세상의 울림이요, 전 우주의 소리와도 같다. 나의 고민과 고통은 곧 내안에서 나의 입장으로만 바라보기에 그리 아프다.' 라고 일감스님은 선문답하신다. 다시 참선에 든 금산사의 보제루에는 산사의 숲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저 멀리 우주의 소리가 아우라친다.

   
▲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저녁예불 후 안행을 하고있다.

산사에서 하루의 생활은 이렇듯 자신과 함께 가족,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연인들이 평안하고 자유롭게 느림의 시간을 자족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3시에 입산 후에는 모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산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트레킹하면서 만끽할 수 있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구며 더운 여름을 오히려 즐길 수 있다. 특히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상생하는 연리지(連理枝)를 돌아보며 가족애와 부부애, 연인과의 사랑을 되돌아보는 코스도 일품이다. 5시가 되면 사찰의 예절과 문화, 그 의미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정좌, 삼배절, 안행 등 몸을 바르게 하는 예법을 통해 참가자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 저녁공양 후에는 타종체험과 함께 예불을 드린다. 이후 다도와 함께 스님과의 대화를 가진다. 바쁜 일상을 떠나 깊은 산사에서 우려낸 찻잔에 마음을 기울이며 지친 삶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인연들과도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게 된다. 참가자들이 묵는 화림선원과 서래선원은 한옥의 멋과 정이 녹아든 아름다움 숙소다. 9시가 되면 이곳에서 일찍 잠을 청한다.

   
▲ 염주꿰기

다음날 새벽 3시 30분, 새벽예불과 108배, 염주 꿰기 그리고 좌선의 시간을 통해 자신 몸과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고 참선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발우공양체험은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으며 조금의 낭비도 없는 청결의 마음, 먹는 소리 등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아 경건의 정신을 배운다. 스님과의 대화시간을 마지막으로 점심공양까지 1박 2일의 금산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끝이 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또한 엄숙히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무엇보다 참가자 스스로가 자신을 먼저 '내비둬'야 함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평안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그만이다.

 

신행스님(지도법사)은 '템플스테이에 다녀간 사람들이 나만 힐링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힐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원한다. 나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발 뒤로 물러서 타인의 입장을 오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힐링의 시작이다.

 

356일 템플스테이를 개최하는 것은 일감스님(원장)을 비롯한 지도법사스님들과 직원, 그리고 자원봉사자까지 고된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이 곧 수행이라 여겨주시는 모든 이들이 있어 금산사를 찾아오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편안과 위안을 얻어 스스로의 삶과 세상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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