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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해야 할 '치유의 숲'

전남 장성군 서삼면 일대 축령산 기슭에 들어찬 편백나무 숲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치유의 숲'이다. 이 숲을 가꾼 주인공은 순창 출신 고(故) 춘원 임종국(林種國) 선생이다. 1957년부터 편백나무 253만 그루를 심었다. '숲(林)의 씨(種)가 되어 나라(國)에 기여할 사람'이라는 자신의 이름처럼 살았다.

 

평생토록 혼신의 땀과 열정으로 일궜지만 말년엔 조림사업에 들인 빚이 불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숲은 외지인 9명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40억원을 들여 숲의 일부를 매입해 국민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숲은 2000년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다. 연평균 30여만명이 찾아와 숲 체험과 산림욕을 한다.

 

'치유의 숲'은 완주군 상관면에도 있다. 전주쪽에서 죽림온천 가는 길 조금 전에 위치한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이 그곳이다. 꽤 널리 알려진 곳이다. 1975년 미원그룹이 손가락 굵기의 편백나무를 조림한 것이 무성하게 자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완주군이 '치유의 숲'으로 명명했다. 지금은 50여만평이 넘는 산림중 26만평이 사유림이다. 산주(山主)가 3명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주 2년만에 이곳을 찾았다. 책 몇권 끼고 피톤치드를 흠뻑 들이마시며 쉴 요량으로 갔지만 실망스러웠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쉴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의자나 쉼터 등은 아예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2년전이나 똑같았다. 지난 장마때 비바람에 쓰러진 채 방치돼 있는 편백나무들도 많았다.

 

내친 김에 옥녀봉 한오봉 쑥재 등산로를 헤집고 다녔다. 2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으로 제격이다. 호남정맥인 이 등산로는 사방팔방으로 이어진 능선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도 안내판에는 거리나 시간 등이 명기되지 않아 정보기능이 제로였다. 최고봉인 옥녀봉에는 표지석이나 방향안내판도 없다.

 

완주 '치유의 숲'은 말만 치유의 숲이지 치유받아야 할 숲이었다. 산림욕이나 숲 체험, 편의시설, 간벌 등 손대야 할 곳이 많다. 사유림이다 보니 완주군이 예산을 투자할 수 없는 게 한계다. 축령산의 예처럼 공적 기능이 높다면 완주군이 매입, 가꾸는 게 정답이다. 임종국 선생 같은 철학이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산주들이 이 숲을 자치단체한테 넘겨 도민 곁으로 돌려주는 것도 혜안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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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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