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모양 변형 허리 디스크 등 유발 무리하면 건강해쳐
정치인과 관련한 부적절한(?) 단어가 며칠 인터넷 세상을 어지럽게 하더니 어제는 '하이힐 폭행녀'가 검색어로 등장했다. 부산에서 두 명의 여성이 한 여성의 머리채를 붙잡고 구석으로 몰아 하이힐로 수차례 머리를 가격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 그래서 하이힐 구매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면 이미 늦었다. '가을 트렌드 구두'보다 '하이힐 구타'가 '대세'가 돼 버리고 만 것이다.
하이힐이 잘못된 '무기'가 되기도 하고 방범 용품이 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하이힐은 여성 건강의 가장 큰 적이다.
최근 발병인구가 늘었다는 족저근막염(발뒤꿈치뼈에서 시작해 발바닥 앞쪽으로 5개의 가지를 내어 발가락 기저 부위에 붙은 두껍고 강한 섬유띠인 존저근말에 염증이 생겨 발뒤꿈치 통증을 일으킨다)도 원래 운동선수들에게서 많이 발병됐지만 하이힐 착용으로 일반화된 병이다.
이렇게 미(美)를 위해 고통과 아픔을 감수하는 요즘의 하이힐과는 달리 그 시초는 청결을 위해서였다. 16세기 베네치아 여인들이 거리의 오물을 피하기 위해 높은 굽의 신발을 신었던 것. 초핀(chopine)이라 불리던 이 신발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프랑스 왕인 루이 14세와 루이15세의 애첩이었던 퐁파두르 부인에 의해서다.
우습게도 하이힐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여자가 아닌 남자, 그 것도 왕인 루이 14세 자신이었다. 자신의 다리에 애정이 각별했던 루이 14세는 다리를 위한 구두를 수천 켤레 마련해 놓고 신었던 것. 이 당시 여성 드레스는 노출 없이 긴 형태였고 남자들은 짧은 바지와 스타킹 형태의 옷을 착용했기 때문에 남자 구두가 더 화려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후 구두 사랑을 이어 나간 것은 퐁파두르 부인으로 이 당시 패션계의 대모이자 리더로 알려진 여성이다.
그녀는 권력을 뽐내기 위해 자신만의 굽 높은 구두를 만들어 신고 베르사이유 궁전 안을 다니며 귀족들을 압도했다. 그녀의 독특한 패션 감각만큼이나 신발도 화려했는데 퐁파두르 부인이 신던 이 굽 높은 구두는 '루이힐'이라고 불리면서 오늘날의 하이힐의 원조가 됐다.
루이힐의 높이가 아무리 높았어도 요즘의 킬힐(kill hill)만 할까 싶다. 그 시작은 10cm이상 이었지만 13cm, 15cm 등으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 20cm 높이도 바라보고 있다 보니 구두 앞쪽에 두꺼운 굽을 덧대 안정감을 주는 일명 가보시, 플랫폼(flatform) 구두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물로 아무리 굽에 안정감을 준다해도 건강에 도움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킬힐 마니아로 알려진 빅토리아 베컴 조차도 허리디스크 때문에 킬힐을 벗었다는 후문. 여기에 최근 기사에 따르면 임산부들에게는 킬힐이 매우 위험한 요소를 밝혀졌다.
신체 변화가 심한 임산부들이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자세불안정과 균형감이 떨어져 허리와 무릎관절에 무리를 주게 되는 것. 또한 임신을 하면 체중이 증가와 함께 호르몬 분비로 인해 관절이 약해져 비교적 약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을 입거나 통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발가락 모양을 변형시키고, 디스크를 유발하고, 또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신발이지만 하이힐이 사라지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연예인들의 뼈 밖에 없는 다리가 평균이 되고 외국인들의 다리 길이를 알아버린 동양의 작은 여성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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