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 문제는 지난 1990년대 말 충현교회를 개척한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 준 이후 2001년 당시 세계 최대 감리교회인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역시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주면서 교회 세습이 확산되었다. 김선도 목사의 동생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도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었고 그 밑에 동생인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 역시 아들에게 세습했다. 삼형제가 감리교단 최대 규모의 교회를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는 진기록이 나온 것이다. 이후 한국 대형 교회마다 부자(父子) 세습이 보편화 되면서 교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을 배출한 강남의 한 대형 교회는 교회 돈으로 대규모 교회를 지어 아들 목사에게 맡기면서 편법 세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선 부자 세습도 모자라 손자까지 3대 세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습)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한 대형교회 목사는 "아들 주기도 아깝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를 마치 자기 것인냥 사유화하는데서 비롯됐다. 내가 교회를 개척했고 내가 교회를 키웠기 때문에 내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데다 교회의 막대한 재산과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전도여행을 떠나보내는 제자들에게 양식이나 돈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며 두 벌 옷도 입지 말라고 명령하는 예수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욕망과 탐욕만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100여년 만에 세계가 놀랄 정도로 큰 성장과 부흥을 이룬 것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순교자적 삶을 살다간 성직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교회가 커지고 부유해짐에 따라 교회 안에 물질만능과 맘몬주의(물질적 탐욕)가 팽배해지고 있다. 세속적인 가치 기준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감리교단의 교회 세습 금지가 한국 교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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