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회, 외부 평가방식 부정적 입장…지역문화계 "건강한 담론의 장 필요" 지적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 공청회가 2년 째 감감무소식이다. 매년 공개 토론회를 이어온 소리축제 조직위가 새 집행위원회 체제 이후 공청회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다. 박칼린·김형석 두 집행위원장이 바쁜 데다, 매년 똑같은 논의가 거듭 돼 공청회가 굳이 필요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 소리축제가 성공했다는 자체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논의가 없다 보니 지역 문화계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소리축제가 나가야 할 방향에 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에도 '빨간불'이다.
소리축제가 공개 평가 자리를 갖지 않는 것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물론이고, 지역의 시·군 축제들도 더 나은 축제를 위해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과 대조된다. 최근 폐막한 '2012 전주비빔밥축제'만 해도 지난 20일 포럼을 열어 숱하게 지적받은 대표 프로그램 강화를 위한 쓴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김남규 시의원은 "대표 프로그램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은 연구위원회가 진행한 논의의 연장선이었으나, 객관적인 고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빔밥축제 예산은 3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22억8000만원이 투입된 올해 소리축제는 판소리 정체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안착한 결과 유료·무료 관람객들이 증가하는 등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평하면서도 아직까지 공개적인 평가 계획도 없는 상태다. 조직위는 축제 전 프로그램 관련한 논의부터 추후 평가까지 내부적으로만 진행한 채 시각 차이를 보인 인사들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악계 한 인사는 "축제의 중심에서 배제된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 중에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축제의 정체성 논쟁'으로 확대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비판이 두려워 공청회를 회피하기보다 적극적 논리로 건강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북도 역시 집행위원장 인선과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소리축제를 제대로 평가받고 중·장기적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는 뒷전이다. "두 집행위원장이 남은 임기 동안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신뢰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잠시나마 이들이 각종 논란을 막아줄 방패막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일각의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문화계는 전국적 지명도를 갖고 있는 박칼린·김형석 집행위원장의 스타 마케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두 집행위원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두 집행위원장의 능력과 별개로 지역 예술계와 괴리가 생길 경우 장기적으로 축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공동 집행위원장의 축제 현장 상주일수를 요구한 정진숙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의원은 "대선후보만 검증 논란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도민들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축제를 제대로 치렀는지 앞으로는 어떤 방향의 고민이 요구될 것인지 평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소리축제의 방향성에 관한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진 않지만, 공론화 과정 속에서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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