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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 만나는 스마트한 논술 - 봉사활동, 도덕적 의무인가 선의인가

▲ 지난 11월 24일 사랑의 연탄 나누기 운동에 참여한 전라광장 회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연탄을 나르고 있다. · ·· 전북일보 자료사진

■ 제시문

 

〈자료 1〉 정언적 명령

 

어떤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그 행위의 결과에 기초해서 판단하는 결과주의와 달리, 칸트의 윤리학은 동기에 기초를 두고 그 행위의 도덕성 여부를 판단한다. 칸트의 관점에서 도덕적인 행위는 의무 의식에서 비롯되어 수행된 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의 원래 성격에 해당하는 '경향성', 어떤 대상에 대해 순간적으로 갖게 되는 연민 같은 '느낌', 장차 얻게 될 '이익의 가능성' 등으로부터 비롯된 행위는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이처럼 칸트에게 있어서 행위의 동기는 행위 자체나 그 결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왜 칸트는 행위의 동기에 그토록 집중했을까?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은 그가 모든 사람이 도덕적일 수 있다고 믿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는데, 행위의 결과는 종종 우리의 통제 밖에 있으므로 그것에 의거해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감정적 반응에 대해 완벽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기에, 이것들 역시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본질적 기준이 될 수 없다. 만일 도덕이 모든 이성적 인간들에게 가능한 것이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의지에, 특히 우리의 의무 의식에 기초해야만 한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이다.

 

칸트는 우리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일, 또는 어떤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 회피해야 할 일에 대한 것을 가언적 명령이라고 했다. 예컨대 '남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면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거나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사람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 같은 것들이다. 가언적 명령과 달리, 우리가 이성적 인간으로서 가지는 일정한 의무를 정언적 명령이라고 한다. 이는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한다.'거나 '결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처럼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의무이며, 이에 복종함으로써 뒤따르는 결과가 어떠하든 그와 상관없이 우리가 따라야 할 명령이다. 칸트는 이와 같은 정언적 명령들의 체계가 곧 도덕이라고 보았다.

 

칸트가 제시한 정언적 명령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인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라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바랄 수 있는 자신의 준칙에 따라서만 행동하라는 것이다. 어떤 행위가 도덕적이기 위해서는 그 근저에 있는 준칙이 보편화될 수 있어야 하므로,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든 자신을 예외로 삼아서는 안 되고 또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칸트가 정식화한 또 다른 정언적 명령 중에는 '항상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라는 것이 있다. 이 는 우리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누구나 존엄성을 가진 개인이라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칸트는 행위의 결과보다 동기에 중점을 두고 '무엇이 도덕적 행위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노력했으며, 그가 마련한 대답은 이후의 철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 최영주 엮음〈세계의 교양을 읽다〉

 

〈자료 2〉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중략〉사람이 모두 남에게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령 지금 어떤 사람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면 깜짝 놀라고 측은한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그 어린아이의 보모와 사귀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며 마을 사람이나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며, (반대로 어린아이를 구해주지 않았다는) 비난을 싫어해도 아니다.

 

이로써 미루어볼진대 측은해 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해하는 마음은 인(仁)의 싹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의 의(義)의 싹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싹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知)의 싹이다. 사람에게 이 네 가지 싹이 있음은 마치 사람에게 사지(四肢)가 있는 것과 같다.

 

이 네 가지 싹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선을 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선한 본성을 해치는 자이고, 자기 임금은 선을 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임금을 해치는 자이다. 이 네 가지 싹을 가지고 있는 사람 누구나 그것을 키우고 확충시켜 나갈 줄 안다면 마치 막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이나 막 솟아나기 시작한 샘물처럼 될 것이다.(크게 뻗어나갈 것이다). 그 싹을 확충시켜 나갈 수 있다면 그는 천하라도 능히 지킬 수 있고 그것을 확충시켜 나가지 않는다면 자기 부모조차도 제대로 모실 수 없게 될 것이다.

 

※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

 

-신영복〈나의 동양고전독법 강의〉

 

〈자료 3〉 여고생들 이웃 사랑 '겨울비 추억'을 쌓다.

 

전북일보가 주최하고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 주관하는 사랑의 연탄 나누기 운동이 전주에서 진행됐다.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전주지부는 26일 호남제일고 학생들과 함께 전주시 대성동 강모씨(69·여) 등 기초생활수급자 4세대에 300장씩의 연탄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연탄은 전주지부가 후원했으며, 연탄 배달 자원봉사에는 전주 호남제일고 3학년7반 학생 30여명이 참여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참가 학생들은 우비를 입고 직접 연탄 1200장을 배달했다.

 

'연탄을 처음 날라 본다'는 왕은아 양(18)은 "연탄 나눔 운동에 처음 참여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배달할 수 있었다"면서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가정에서는 연탄가스의 위험이 있는 만큼 이분들의 가정에도 도시가스가 들어가 연탄 걱정 없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담임인 최근창 교사는 "학생들이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직접 연탄을 나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면서 "궂은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줘 고맙다"며 제자들을 대견해 했다.

 

이날 연탄 300장을 받은 강모씨(69)는 "보내주신 연탄으로 올 겨울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돼 마음은 놓이지만 비가 오는 날씨에 여학생들이 직접 배달을 해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전북일보 강정원 mkjw96@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 3〉에 대해 〈자료 1〉과 〈자료 2〉의 관점으로 차이점을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봉사활동'은 앞으로 어떤 태도로 전개해야 진정한 활동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술하시오. (전북일보 논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yimza@daum.net로 메일주시기 바랍니다.)

 

2. 면접 논제

 

고등학생들의 현재 봉사활동은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진정한 봉사활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쟁점 확대하기

 

1. 정언적 명령

 

이 글에서 칸트가 주장하는 도덕적 행위는 인간이 자신의 행복보다는 도덕적인 의무를 먼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도덕적 행위는 모든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의무의식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도를 갖고(가언적 명령) 하는 행위는 동기가 도덕적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도덕적 행위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의무로써의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칸트는 결과보다 동기에 중점을 두고 도덕적 행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주었다.

 

2.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모든 사람들은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즉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우물에 빠지는 어린아이의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측은지심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본성이라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기 위해서, 마음사람들의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고난 본성에 의해서 위험에 빠진 어린아이를 측은하게 여겨 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본성을 키우고 확충시킨다면 천하를 지키는 큰일도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부모를 모시는 작은 일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3. 여고생들 이웃 사랑 '겨울비 추억'을 쌓다.

 

여고생들이 남의 불행을 수수방관하지 않고 이웃을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돕는 이야기다. 힘들지만 비가 오지만 자신의 돈과 시간과 힘을 들여 불우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것은 받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봉사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필요한 요소이며 책임 있는 시민이 행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봉사활동을 한다면 이는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봉사활동이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활동이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봉사활동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활동이어야 하는데 대학입시에 봉사활동 점수로 반영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봉사활동을 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깊게 생각해서 봉사활동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써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남을 측은하게 여기는 연민의 정 때문에 해야 할 것인가. 어떤 태도로 봉사활동에 임했을 때 봉사활동이 더 활성화되고 진정한 봉사활동이 될 것인가.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나.] [다.] [라.]에서 지적된 현행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가]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사회와 시민, 각각의 노력 방향에 대해 논술하라. 〈30%, 500~600자.〉(2011 서강대 수시2 일반전형)

 

쟁점 관련 도서

 

1. 최영주〈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2. 신영복〈나의 동양고전독법 강의〉

 

쟁점 관련 영화

 

1. 울지마 톤즈

 

2. 쉰들러리스트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자료 3〉은 고등학생들의 봉사활동 사례를 보여주는 글이다. 〈자료 3〉에서 학생들은 처음 참여한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것은 〈자료 1〉에서 말한 '정언적 명령'에 따른 행동이 아니다. '정언적 명령'은 봉사활동이 의무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료 3〉에서 학생들은 '사랑의 연탄 나누기 운동'에 선의를 가지고 참여한 것이다. 학생들은 '의무'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참가'한 것이다. 이것은 〈자료 1〉에서 언급하는 '정언적 명령'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료 3〉은 〈자료 2〉에서 언급하는 '불인인지심'에 부합한다. '불인인지심'은 본성적인 선의를 말한다. 〈자료 3〉의 봉사활동의 보람은 '불인인지심을 행함으로써 쌓이는 仁이다. 〈자료 3〉에서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인을 쌓은 것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봉사활동은 대부분이 봉사활동을 한 후에 보람을 느낀다. 이것은 〈자료 2〉의 관점에 부합한다. 하지만 의무의식을 가지지 않고 점수를 따는 과정에서 인을 쌓는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진정한 봉사활동은 '정언적 명령'에 부합하는 즉 의무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 예로서, 수단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고 이태석 신부님을 들 수 있다. 투철한 도덕적 의무의식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자료 1〉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봉사활동은 〈자료 1〉의 주장에 부합하는 행위여야 한다. 〈자료 2〉에 부합하는 봉사활동을 아무리 많이 하면 어떠한가? 의무의식이 없는 봉사활동은 점수따기를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료 1〉에 부합하는 이태석 신부님의 행위로 인해 절망의 톤즈가 희망의 톤즈가 되었다. 〈자료 2〉에 부합하는 행위로 과연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정언적 명령' 실천이 이루어낸 결과를 보았을 때, 더욱 많은 사람이 '정언적 명령'을 실천하면 실천할수록, 더욱 큰 파급효과를 누리고, 그와 더불어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전북사대부고 1학년 임성재

 

2. 교사 총평

 

△독해력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각각 '의무', '선의'인데 이번 논술에서는 이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이 학생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연관시켜 정확하게 그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

 

△논리력

 

논술에서 반드시 근거를 제시하여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잘 지키고 있다. 문제는 봉사활동은 '의무'로써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근거는 애매한 것을 제시하고 있다(이태석 신부는 의무로 했을까 아님 선의로 했을까? 점수 따기 위한 행동은 의무와 선의 중 어떤 것과 연관시켜야 할까?). 마지막에 봉사활동의 결과로 오는 '감동'을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의무'에서 오는 것보다는 '선의'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시민이 사회적 약자를 의무적으로 돌봄으로써 사회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논술을 했다면 더 적절할 듯하다.

 

△표현력

 

제시문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논제와 연관시켜 글의 개요를 충분히 짠 뒤에 쓴 글이라는 판단이 든다. 전체적으로 글의 통일성이 있고, 문맥의 흐름 역시 자연스럽게 어이진다. 단어 사용도 적절하여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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