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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파리' 가 던지는 무거운 메시지

설정환 시인·매그너스 무어 포토에세이 '파리 날다' 출간

별주부전(작자 미상), 박지원의 '호질',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호랑이, 돼지 등 동물과 곤충이 등장해 인간의 삶을 반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지배를 받는 동물들이 세속을 풍자하거나 비꼬고 심지어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인간에게 훈계를 해왔던 '비 인간' 주인공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하찮고 귀찮은 존재인 파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색적인 포토 에세이가 나왔다. 매그너스 무어의 사진에 순창 출신의 설정환 시인(42)이 글을 얹힌 '파리, 날다'(한스미디어).

 

자연경관과 인물 사진, 누드 사진들을 찍어 온 포토그래퍼 매그너스 무어의 사진 일러스트 작품에 유머가 깃든 설정환 시인의 감성적인 글을 더한 합작품이다.

 

책에 등장하는 파리들의 삶은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포츠를 즐기고, 꿈을 꾸며, 기도하고, 술마시고, 사랑하고 살다 결국 죽는다. 늘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희노애락이 담긴 일상들을 파리사진을 통해 객관화해서 보는 재미를 준다.

 

특히 "우리는 식량을 독점하지 않는 족속이야. 어디든 넘쳐나는 식량때문에 우린 언제나 평화야. 먹는것 때문에 늘 꿈도 없이 살면서도 우리를 때려 잡겠다는 폭력주의자들!"이라는 파리들의 외침은 기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때 '가장 하찮은 존재'인 파리가 던진 돌이 마음속에 큰 파장을 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다.

 

매그너스 무어는 우연히 파티 장소에서 발견한 죽은 파리에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여 작업을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베를린과 영국의 몇몇 미술 전시회에 선을 보일 만큼 폭발적인 화제를 뿌렸다. 또 지난 2009년 출간한 첫 책 '파리 날다 The Life Of Fly'는 현재 6개국 이상의 나라에 판권이 수출됐고 카드, 캘린더, 티셔츠로 상품화까지 됐다.

 

공동 저자인 설정환 시인은 지난 2004년 '함께 가는 문학' 신인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해 2010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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