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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기·최난수·최승희·이정호…무형문화재의 삶 한눈에

도립국악원 '전통예인 구술사' 두번째 시리즈 출간…득음 위해 인분 먹었던 이야기까지 인생 역정 담아

▲ 전북도립국악원이 펴낸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의 주인공들. 책에 담긴 김봉기·최난수·최승희·이정호씨의 활동 모습(사진 왼쪽부터).

"김봉기 선생님과의 첫 조우에서 순박함이 짙게 묻어나는 선비를 보았다. 필자의 육감을 흔들어 놓은 선비와 같은 첫 인상은 그리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구술채록자 박용재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

 

"과거 박초월 명창은 제자 최난수에게 대명창은 아니더라도 중명창은 될 것이라 한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미 최난수 선생님은 당신 스승의 예언을 뛰어넘어 대명창이 되었다. 한편생을 소리와 얼마나 고군분투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술채록자 서경숙).

 

"최승희 선생님은 젊어서부터 가정을 책임져야 했고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에는 위암수술과 성대수술의 어려움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이 일로 말미암아 삶의 소중함과 예술의 가치를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셨다" (구술채록자 김정태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원).

 

"이정호 선생님은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뿌리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갖고 계셨으며, 그의 말씀과 삶의 자세는 꼿꼿하기 이를 데 없다"(구술 채록자 김무철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원).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이 2차년도 사업으로 펴낸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의 주인공 4인을 면담한 채록자들의 소회다. 도립국악원 학예연구원들이 전북도 무형문화재 중 4명을 선정, 1년간 구술 대담한 내용들을 4권의 책에 담았다. 2011년 1차 구술사에 이어 펴낸 2차 전통예인 구술사의 주인공은 가사 예능보유자 김봉기,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 최난수·최승희, 금과들소리 예능보유자 이정호씨다. 구술사는 이들 전통예인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가사 보유자 김봉기씨(78)는 자신의 호를 따'석암제'를 만들어내며 가사 중요무형문화재로 활동했던 석암 정경태 선생과 한 마을에 살면서 겪었던 일화를 비롯, 14세에 시조에 입문한 배경과 수학과정, 몇 안 되는 제자들 이야기들이 수록됐다.

 

판소리 명창 최난수씨(78)는 득음을 위해 인분까지 먹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목에 좋다고 인분을 먹었어요. 내 것을 해 먹었는디, 고기를 사서 육회를 치고 보리를 볶아 항아리에다가 한얀 보자기에 싸놓고 변을 보잖아요.…". 최씨는 "'이놈 먹고 성공을 해야겄다' 이맘만 먹었는디 한 일 년간은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 같더니 산에 올라가서 울면서 연습을 한 결과 목이 달라졌다" 고 했다. "목관리는 차게 자지 말아야 하고, 먹는 음식을 잘 가려야 하고, 된장 같은 것을 먹으면 안되고…". 명창이 되기까지 그의 험난한 수련 과정이 구술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판소리 명창 최승희씨(76)의 구술사에는 스승 김여란 선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같은 고창 출신의 김소희 선생만 기리고 스승인 김여란 선생을 홀대하는 것이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국악협회 경연대회서 장관상을 탈 때 김소희 박초월 명창들도 와서 보고 '저런 소리가 어디가 있냐'고 깜짝 놀랬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또 판소리 하는 사람을 지금은 명창 혹은 소리꾼이라고 하지만 해방 전후에는 성악가라고 했다고 술회하며, 지금도 성악가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리는 뱃심이 있어야 하고, 전라도 방언으로 해야 맛이 좋으며, 소리는 많이 할수록 목이 부드러워지고 감미로워진다는 소리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순창 '금과들소리'보유자 이정호씨(73)는 금과들놀이가 세상에 나오는 과정에서부터 2002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전북도 무형문화제가 지정된 후 전수관 건립 과정들을 풀어놓았다.

 

신현창 도립국악원장은 "전통예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본다는 것은 그들이 지닌 예술의 편린을 살필 수 있는 잣대가 된다"며, "전통예인을 갈망하는 많은 예술지망생과 국악 애호가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도립국악원은 2017년까지 매년 4명씩 24명 전북전통예인들에 대한 구술사 편찬을 이어갈 계획이다. 1차년도 사업에서는 최선·나금추·이일주·이성근 편이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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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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