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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진로 찾기의 공통점

맛있는 음식 만들려면 식재료 맛 알아야하듯 자신의 적성 먼저 찾자

▲ 정 의 선

 

우석대 문예창작과 2학년

얼마 전에 고등학생인 여동생과 같이 카페에 갔다. 평소에 학원이다 뭐다 바쁜 동생이 모처럼 한가한 오후였기 때문이다. 집 근처 카페에 앉아 둘이서 스무디 한 잔씩을 앞에 놓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어느새 동생은 나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말하고 있었다. 마시고 있는 스무디와 다르게 씁쓸한 이야기였다. 동생은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이 아닐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커뮤티니에서도 진학과 진로에 대한 상담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자신의 수능 성적에 맞추어서 대학을 갔는데 적성이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이라는 내용이 반절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반절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이쪽 길로 가서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내용이다. 이 두 가지 내용은 청소년기에, 혹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계속 따라오는 친구들이다. 나는 이 친구들이 죽어라 자신의 그림자를 밟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자신을 잘 모르고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재료들이 무슨 맛을 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양파는 그냥 먹으면 살짝 맵지만 볶았을 때에 단맛을 낸다. 마늘은 첫인상은 그 특유의 향으로 인해서 매워 보이지만 볶음요리의 기본 맛을 내주는 친구다. 생강도 마냥 맵게 보이지만 시원한 맛을 낸다. 매실은 달고 의외로 조림 요리에 잘 어울린다. 설탕보다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만들 요리에 어떤 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를 아는 것은 요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맛을 내는 건 복합적인 작용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청양고추를 넣는다. 그러나 칼칼한 맛을 위해서 볶은 양파를 넣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칼칼하긴 커녕 단맛이 나오면서 맛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다. 또한 무작정 단맛을 내기 위해서 양파를 볶아 넣는 것도 이상하다. 전체적인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설탕이나 매실을 넣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 동생의 경우도,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야기도 이와 같다. 진로고민은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맛'을 낼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점수가 적성을 고르는 일을 만들면 안 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해결하는 것이 앞에서 말한 진로 고민을 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특기와 강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어묵볶음에 들어가야 할 어묵이 미역국에 들어가 있으면 맛이 이상한 것은 당연지사다. 어묵볶음에 어묵을 넣어야 어묵볶음이 된다. 그와 같이 미역은 미역국에 있을 때 빛이 난다. 그러기에 나는 점수에 맞춰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걸 싫어한다. 재료에 대한 이해도 없이 요리를 만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문예창작과를 지원했다.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소설가를 지망한 것은 아니었다. 내 처음 꿈은 발레리나였다. 그렇지만 나는 발레리나가 될 재료가 아니었다. 발레를 할 만한 신체 구조가 아니었거니와 나는 꾸준히 몸을 쓰는 운동을 싫어한다. 움직이는 것 보다 사색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내가 발레를 전공했더라면 아마 지금 하는 것보다 심각한 고민을 끌어안고 있을 것이다.

 

새 학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이시기에 진로조사서를 쓰면서 고뇌한다.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자신을 좀 더 알아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음식이 될 가능성을 타고났다. 자신이 주인공이 될 요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사색하자. 다른 요리에 어색하게 손님으로 곁들여지는 것 보다는 자기 요리에서 화려하게 맛을 내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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